12장 엄마의 팔찌가 반지가 되어

사랑이 돌고 돌아 손가락에 닿기까지

by 손샤인

아주 오래전, 엄마께 금팔찌를 선물한 적이 있다.

지금처럼 금값이 비싸지 않던 시절, 한 냥짜리 팔찌 하나를 기꺼이 내어드렸고, 엄마는 무척 기뻐하셨다.

한 냥짜리 팔찌라 해도, 엄마의 손목엔 늘 그것이 감겨 있었다. 무게감보단 마음의 무게가 컸던 그 팔찌는,

엄마의 왼쪽 손목에서 조용히 세월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사준 팔찌가 없어졌어…”

걱정이 가득한 엄마의 목소리에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걱정 마, 내가 쉬는 날 가서 찾아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리 집 안을 뒤져도 팔찌는 보이지 않았다. 팔찌 하나 잃어버린 것으로도 엄마는 깊은 우울에 빠지셨고, 나는 안타까움에 결국 예전 팔찌를 샀던 곳을 다시 찾았다.

똑같은 팔찌를 손에 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내가 다시 찾아볼게.”

그러곤 엄마 앞에서 일부러 침대를 뒤적이며

내가 다시 사온 팔찌를, 침대 틈에서 찾은 것처럼 건넸다.

“엄마! 여기 끼여 있었네. 에구, 다행이다.”

그제야 엄마는 아이처럼 웃으셨고, 팔찌를 꼭 쥔 채 예전의 밝은 얼굴로 돌아오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팔찌가 아니었다.

엄마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랑의 안심표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신 후, 그 팔찌는 유품이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녹여 반지를 만들었다.

엄마의 손목에서, 내 손가락으로.

그리고 언니의 손가락, 동생의 손가락으로.

얼마 전, 그 반지가 보이지 않아 내 마음도 덜컥 내려앉았다. 불안하고, 엄마가 더 보고 싶고, 이상하게도 세상이 허전했다.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반지 있어? 나 지금 그게 너무 필요해. 빌려줘. 꼭 다시 줄게.”

언니는 흔쾌히 웃으며 말했다.

“당근이지. 엄마 반지는 빌려주는 거야. 너 찾으면 다시 돌려줘.”

며칠 뒤, 언니를 만나 반지를 건네받았다.

그 반지를 손에 끼우는 순간, 엄마가 다시 내 손을 꼭 잡아주는 것 같았다.

그 반지는 여전히 반짝이지만, 빛나는 건 금이 아니다.

엄마의 사랑, 그리고 자매의 마음.

그것이 오늘도 나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한 개의 팔찌가 네 개의 반지가 되었고,

네 자매의 마음엔 하나의 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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