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나빴어

by 손샤인

“자니? 집에 언제 올 수 있니?

아빠가 자꾸 눈물이 난다.”

2010년 어느 토요일 새벽,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울먹이며 전화를 거신 건 처음이었다.

“내일 갈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지만,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린아이처럼 울먹이시던 아빠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나는 이른 일요일 아침에 원주 집으로 갔다.

소파에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앉아 계시던 아빠. 그 모습은 예전의 아빠가 아니었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바라보시는데, 그 눈빛에 울컥해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엄마는 아빠가 며칠 전부터 식사도 안 하시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것 같다고 하셨다.

“큰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내 뒤를 따라다니며 불안해하셨다.

그날은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내 생일이라 오랜만에 아이들과 주말을 함께 보내기로 했기에, 아빠 곁에 온종일 머무를 수는 없었다.

주말엔 응급실에도 인턴들만 있는 걸 잘 알기에, 아빠에게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가요” 말씀드렸다.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시던 막국수집에 함께 가기로 했다.

가까운 집 근처 막국수집까지 엄마, 아이들과 함께 걸어갔다.

아빠는 젓가락질조차 힘드셔서, 나는 국수를 수저로 드시기 좋게 잘게 잘라드렸다.

“괜찮으실 거예요. 내일 병원 가요.”

불안해하는 엄마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막국수를 드시고 나서 아빠는 “기분이 좀 나아진다”며 손주들에게 용돈까지 주시며 웃으셨다.

“재미있게 놀아라.”

그 모습에 잠시 안심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아빠 병이 막국수로 나을 병이 아니라는 걸.

불안한 마음에 중간중간 전화를 드렸고, 안도하고 싶어서 자꾸 상태를 확인했다.

월요일 오전근무만 마치면 병원에 모시기로 하고, 원장님께 양해도 구해 두었다.

그날 아침, 생일이던 나는 아빠의 전화를 기다렸다.

매년 “우리 늙은 공주 밥은 먹었니? 생일 축하한다!”라고 전화 주시던 아빠.

하지만 그날은 아무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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