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나빴어 -2

by 손샤인

그 순간, 집에서 병원으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엄마? 왜요?”

“은영아… 어떡해… 아빠가 침대에서 못 일어나… 엄마 무서워…”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멈췄다.

“엄마, 제가 지금 갈게요. 구급차도 보낼게요. 아빠 곁에 계세요. 울지 마시고요.”

가방을 집어 들고 뛰쳐나왔다.

가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내 탓이야. 내가… 내가 애들이랑 놀고 싶어서… 아빠를 방치한 거야…’

원주에 도착했을 땐 아빠는 이미 응급실에 계셨고, 뇌출혈로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신경외과 간호사인 내가… 전조증상을 알고 있었던 내가…

“우리 은영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간호사”라던 내가 아빠의 골든타임을 놓친 거였다.

수술은 길었다.

그 후, 아빠는 중환자실에 몇 달을 계셨고 나는 매일 수원과 원주를 오가며 단 5분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결국, 아빠는 언어장애와 반신불수로 남은 생을 보내셔야 했다.

엄마는 말했다.

“너 덕분에 어제 막국수를 그렇게 잘 드셨어. 신경 쓰지 마. 금방 일어나실 거야.”

그날 먹은 막국수가 아빠의 마지막 막국수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후 아빠는 1년간 기독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하셨고, 그 후엔 요양 재활병원으로 옮기셨다.

논밭으로 둘러싸인 병원 근처에서 엄마는 메뚜기를 잡으며

“퇴원하시면 볶아드려야지~” 하며 신나 하셨다.

하지만 어느 날엔 논에서 넘어져 엉치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한 번은 엄마가 아빠 와이셔츠를 다리며 웃으셨다.

“퇴원하시면 입으셔야 하잖아.”

속옷도 곱게 개켜 서랍에 넣으셨다.

그 믿음… 곧 집으로 돌아올 거란 희망이,

어쩌면 엄마 치매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빠 투병 3년 차.

엄마는 매일 두 시간 거리의 병원을 걸어 다니셨다.

혼자 집을 지키며, 아빠의 물건을 바라보며 버티셨다.

그렇게 깔끔했던 집엔 냄새가 배어갔고,

조금씩 엄마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빠 병이 있기 전부터 이미 경도의 치매 증상을 앓고 계셨다.

아빠가 쓰러진 뒤로, 누구도 엄마의 약을 챙겨주지 못했고

엄마는 당신이 치매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그리고 어버이날.

아빠는 돌아가셨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아빠는 영안실로 옮겨져 있었다.

나는 주저앉아 울었다.

“아빠… 오늘 어버이날인데 이러면 안 되지… 카네이션 기다리셨을 텐데… 내가 잘못했어…”

장례식장엔 아빠가 좋아하셨던 이미자 노래를 3일 내내 틀었다.

누가 보면 이상하다고 했겠지만,

아빠에게 내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3일 뒤, 아빠를 납골묘에 모신 우리는

상복을 입은 채로 엄마를 데리고 노래방에 갔다.

아빠가 좋아하셨던 이미자 노래를 부르며

“사랑합니다. 아빠.”를 온몸으로 불렀다.

그렇게 아빠를 보내고

나는 일주일을 앓아누웠다.

우울감과 상실감이 나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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