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지도 않은 혼란스러운 시기. 나라엔 좋은 소식 하나 없었다.
TV를 켜도, 뉴스를 열어도, 온통 불안과 분노, 혼란과 대립뿐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벌어지는 집회들. 찬성과 반대, 서로의 외침이 거세질수록 그 가운데 끼인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나는 점점 더 숨이 막혀왔다.
특히 탄핵을 반대하는 일부 극우 세력의 폭력성은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법원이 부서지고, 경찰이 맞고, 그 광경은 내가 알던 대한민국이 아닌 마치 영화나 뉴스에서나 보던 미국의 폭동 장면과 다를 게 없었다. 매일같이 긴장감이 덮쳐왔다.
환율은 오르고, 사람들의 눈빛엔 불신과 불안이 가득했고, 뉴스는 점점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나 자신에게 자꾸 물었다.
‘내가 이리도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나?’
살아가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정치, 사회 문제는 때때로 내 삶의 배경음악처럼 흘러가기도 했던 나인데, 이번엔 달랐다.
이 나라는 내 아이들이 살아갈 곳이니까. 내가 지금을 무심히 지나치면 미래엔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책임감과 강박이 생겼다.
“나 하나 잘 살면 되지”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아이들에게도 안전한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 자꾸 커졌다. 이게 애국심인지, 엄마로서의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라가 흔들릴수록 나의 마음도 같이 흔들린다는 것. 어쩌면 ‘안전지대’라는 건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는 공동의 약속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뉴스를 끄고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이 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그 바람 하나가 지금 내 마음속 유일한 안전지대다.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1월은 나에게 13월 같았다.
늘 그래왔듯이 달력은 새로 바뀌었고, 거리엔 해돋이를 보러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작년의 그림자 속을 걷고 있었다. 오십 년을 살아오며, 이렇게 불안하고 낯선 1월은 처음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할 설렘보다
모든 걸 잠시 멈춰야 할 것 같은 조심스러움이 더 컸다.
몸도 마음도 골절 난 채로, 나는 ‘시작’보다는 ‘회복’에 가까운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현실을 원망하며 주저앉는 것이 나답지 않다는 걸. 그래서 조용히 결심했다. 예전의 나를, 활기차고 웃음 많던 그 시절의 나를 다시 찾아가기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일기를 썼다.
크고 멀리 가려하지 않고, 작고 따뜻한 루틴 속에서 다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간이 언니들을 만나 셔플을 추었다. 음악이 흐르고, 발끝이 움직이고, 웃음이 몸을 타고 퍼지면 우리는 다시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말장난, 몸치 놀림, 깔깔대는 웃음 사이로
나는 점점 나를 되찾아갔다.
고장 났던 마음의 시계가, 조금씩 제 속도를 찾고 있었다.
그래, 아직 완전히 괜찮은 건 아니지만이 정도면 괜찮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2025년 1월은 나에게 그런 의미로 남을 것이다.
기분 탓인지, 올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대통령이 탄핵되었지만, 파면 선고가 내려지기까지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흘렀고,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나 역시 지쳤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그즈음, 셔플 동기들 사이에 소식이 하나 올라왔다.
“2월 말 주말, 2박 3일 제주도 워크숍 가요!”
나는 언니들에게 하나하나 전화를 돌렸다. 결과는 만장일치. 우리, 또다시 함께 떠나기로 했다. 그날까지, 나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대신 기다리며 살아보기로 했다.
여행을 앞두고, 나는 그동안 파면 집회 다니느라 집중하지 못했던 셔플을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동기들 틈에서 능력자는 아니더라도, 낙오자는 되고 싶지 않았기에 —
직장에서도 책상에 앉으면 몰래 발로 스텝을 연습했고,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해본 적이 있다. 언니들과 제주에서 함께할 릴스 곡도 정하고, 의상이며 모자까지 하나하나 준비했다. 말이 워크숍이지, 사실은 ‘삼총사’처럼 늘 똘똘 뭉쳐 다니는 우리만의 추억 만들기가 나에겐 주가 된다.
춤추며 웃고, 서로를 기록하는 시간. 그게 우리만의 워크숍 방식이다.
어서어서 와라. 이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