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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시나 Sep 21. 2024

떠도는 자리

시詩


우리는 우연히 조우했다.

각자가 폭풍 속을 달리던 때였다.


우리는 비슷한 취향을 가졌으나

생각이 달랐고, 유사한 시절 속에서

때로 같이 비를 맞고 서로 빗방울을 튀겨댔다.


너는 아침 이슬처럼 빛났고

그래서 곧 증발할 것만 같았다.

 새벽 공기처럼 차갑고 상쾌해서

곧 흩어질 것만 같았다.


몇 개의 약속이 부서지고

너는 파도처럼 내게서 밀려나갔다.

그러니 다시 파도처럼 밀려오겠지.


네가 떠난 자리

내가 떠도는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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