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키스? 포옹? 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는데, 그 사이를 증명하는 것은 귀를 파 주는 거다. 귀지를 파주는 것만큼 가까운 사이가 있을까? 분명 어 설픈 사이는 불가능하다. 매우 사랑하는 사이여야 하고, 그 사이 가 무르익어 서로 신뢰하는 사이여야 가능하다 본다. 두근거림은 사라졌지만, 서로의 추억은 겹겹이 쌓여 뒷모습만 봐도 애잔한 사 이. 그런 사이어야 가능하다 본다.
당시 토요일 오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봄날 오전의 창틀은 묘 한 바람을 몰고 온다. 햇살을 타고 들어온 바람은 외롭지 않은 사 람들에겐 향수를 불러오는데, 그럴 때 누군가가 있다면 꼭 안아주 고 싶은 바람이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난 네가 느닷없이 내 귀를 보더니, “오빠 내가 귀지 파줄까?”라고 했고 “아니 됐어”라며 부끄 러워 거절하는 나를 기어코 무릎을 베고 눕게 하더니, 화장품 파우 치에서 면봉과 요상한 도구를 꺼내 귀지를 파기 시작했다. 난 간질 간질하고 조금 야릇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혹여 다칠까 봐 긴장 돼 손을 움켜쥐고 무릎을 움츠렸더니 넌 그게 귀여웠던지 새어 나 오는 웃음을 참고, 다시 귀를 파는 데 집중했다. 한참 파고 나서야 목이 뻐근했는지 고개를 뒤로 한 바퀴 빙~ 돌리고는 “자~ 끝났다 ~ 모아 논 귀지 좀 봐봐”라며 휴지 위에 쌓인 귀지를 보여줬다. 넌 114 115 대박이라면서 왕건이도 있다고 자랑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우린 화려한 곳에서 식사도 했고, 낭만적인 여행도 다녔으 며, 서로를 위했던 소소한 이벤트도 좋은 추억으로 갖고 있다. 그 러나 유난히 그날의 토요일 오전이 그리운 건 왜일까? 사람들은 그 때의 내가 그립다고들 한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내가. 물 론 나 또한 그때의 내가 그립기도 하지만, 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 게 만들어 주었던 상대방이, 자존심 상하지만…… 아주 가끔, 가 끔은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