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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_6_가난한 자

반대편

by 하얀돌

"왜 가난한 자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세뇌, 무지, 겁박, 여론조작, 부정선거, 개표조작 등 다양한 사유가 있을 수 있다. 다수가 투표하는 만큼만의 세상이기 때문이거나 다수가 투표하는 만큼으로만의 세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편도 존재한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사는 것은 아니다. 타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거나 봉사하는 숭고의 차원이 아니라도 자기의 이익과 배치되는 활동이 일어나는 수 많은 이유들이 있다.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 권리가 있다. 사람은 자기 멋대로 자기에게 불리하게 살 권리가 있다. 문명은 사람들에게 아무렇게나 살고싶은 욕망을 절제하고 유보하도록 요구하지만, 그래서 인간의 본능이 상당한 수준에서 억제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문명화가 진행되며 이런 요구들이 관습, 도덕, 윤리로 정착되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요구에 복종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요구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요구에 어느 정도 복종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요구에 대한 저항은 체계적으로 혹은 비체계적으로 어느 때고 불쑥불쑥 일어나곤 한다


욕망을 유보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유리한 대로 살지않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은 가난한 자들이, 하층민은 하층민이 되었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 절제하고 유보하고 복종하는 인위적인 자들의 눈꼴 사나운 짓을 보면서 그들을 비웃으면서 가난한 자들은 가난하게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눈꼽만한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은 꼭 해야 되고, 무엇은 하든 말든 상관없고, 무엇은 하지 말고, 무엇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번잡한 요구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겠다는, 마침내 손해로 귀결되는 비전략적 저항들.


자발적으로 저항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최소한의 전략적 행위마저도 어려운 자들도 있다.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이거나 거의 아무런 저항이 용납되지 않는 자들도 그 속에는 있다. 누군가가 정하는 대로,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 누군가가 보내는 눈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자들.


전략적인 행위를 통해 비참한 자들은 비참으로부터 구원될 것이라고 누군가 속삭이기도 한다. 비전략적 행위가 가져올 손실과 무가치성에 대한 분석을 들이대고, 그런 손실적 행위에 대한 분노의 열변을 토하고,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동시에 속삭임은 속삭임일 뿐 긴 역사의 기간 동안 그것은 거의 언제나 배신과 배반의 음모였다고 노래하는 자들도 있다. 믿는 자에게 마침내 떨어지고 말 불구덩이. 속지 말아야 하리라고.


원인과 결과를 찾고, 어떤 원인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추적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가설에 따른 결과를 검증하고, 새로운 가설과 검증들을 통해 잠정적 결론을 도출하고, 결론을 적용하여 이론을 정립하고, 이론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계획이 지켜지도록 기준을 세우고, 기준이 무시되지 않도록 당위를 만들고, 그런 당위와 논리의 틀 속에서 행위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세상. 그런 당위와 논리에서 벗어나는 어리석은 짓거리들을 이해할 수 없는 시선들.


누군가는 낭만을 사랑하기도 한다. 귀족과 부자와 상류계급의 무책임하며 낭만적인 막내아들들. 될 대로 되라는 비렁뱅이들. 자신의 이익과는 반대로 달려가는 자들. 달려가다 부서지는 자들. 안락으로의 길을 벗어나는 자들. 너를 구원하리라는 묵직한 실용주의에 비웃음을 날려주리라. 편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부유롭게 사는 길은 그 누구도 버리지 못하리라는 맹신을 부숴버릴 수 있는 반대의 황홀. 더 많이 더 좋게 더 풍요롭게라는 질주에 바치는 의도와 관계없는 저항. 긍정으로의 폭주에 대한 중요한 걸림돌.


그러나 또한, 세상은 지지되는 대로의 세상이 될 것이다. 세상은 지지되지 않을 때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인문 #역사 #철학 #우리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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