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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_1_옷치긴

무와 문

by 하얀돌

1.


조선의 태조는 막내아들 방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였다. 여러 사정과 여러 이유와 여러 관계들이 복잡다단하게 이리저리 얽혀있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첫 번째 부인보다는 두 번째 부인. 시골보다는 도회. 익수함보다는 낯섬. 촌스러움보다는 세련됨. 많은 원인과 많은 설명들이 있을 수 있다. 몽골의 옷치긴 관습까지.


늙은 아버지의 머리맡에 놓인 화로를 지키는 막내 아들. 먼저 자라난 자식들이 부모의 좁은 게르에서 나와 자신의 초원을 찾아 떠나고, 늙어가는 부모와 마지막을 함께하는 막둥이. 큰 아들의 아들보다 더 어린 아버지의 귀염둥이. 아버지의 하얗고 긴 수염을 함부로 잡아당기는 천진난만한 만득자.


징기스칸을 직접 따라다니며 전공을 세운 것도 주치, 차가타이, 오고타이의 세 형이라기 보다 막내이던 툴루이였다. 징기스칸의 실질적 주요 계승자인 원나라의 쿠빌라이와 일칸국의 훌레구도 툴루이의 자식들이었다. 쿠빌라이가 대도를 차지함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고비 역시 아버지 툴루이의 막내아들이던 아릭부카와의 대결이었다.


징기스칸의 막내동생 테무게는 어머니 호엘룬의 재산을 상속받았고, 그의 후손들은 만주지역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였다. 말자 상속이라는 초원의 관습은 그 권력집단의 뇌리에도 꾸준히 남아있게 된다.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는 몽골의 한갈래인 원나라의 다루가치가 되었고 이후 자손들은 계속 원나라의 벼슬을 잇게된다. 태조의 집안은 동북과 만주 지역의 유력한 세력이 되었다. 몽골과 연결된 만주, 만주와 연결된 한반도. 여진인들은 이성계의 부각을 자랑스러워 하게 된다.


태조의 다섯째 아들 방원은 자기 동복의 형제들과 함께 태조의 뜻에 대해 저항하였다. 말자 상속의 세계와 장자 상속의 세계, 목축의 세계와 농경의 세계, 초원의 세계와 전답의 세계, 유랑의 세계와 정주의 세계, 이동의 세계와 멈춤의 세계, 이산의 세계와 군집의 세계, 동물의 세계와 식물의 세계, 육식의 세계와 초식의 세계, 사냥의 세계와 재배의 세계, 무와 문, 선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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