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않는
유독 우리나라와 민족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조적이며 자학적인 인식에 대한 비판적 진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비참과 치욕을 겪지 않은 경우는 결코 없다.
일본은 한반도 도래인 세력에 의해 개척된 새로운 식민지였음이 분명하다. 백강전투의 패배이후 축소지향의 세계속으로 침잠해갔으며, 잠시 외부로 출격을 감행한 적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대양으로 분리된 섬에서의 자족적, 고립적 역사였다. 이후 서구와 상대적으로 빠른 접촉을 통해 힘을 축적하고, 청일전쟁 이후 팽창의 길을 걷기도했으나 정확히 50년이 되는 1945년 민족 전체적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고 미국을 포함한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하는 치욕을 겪었다.
중국은 합쳐지면 피비린내와 함께 반드시 쪼개지고 쪼개지면 다시 합쳐지는 변란의 역사이며 또한 잔인한 살육이 선행하는 이민족 지배의 역사였다. 중국은 흉노족, 선비족, 강족, 몽골족, 거란족, 여진족에 의해 정복을 당했으며, 수나라,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의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다. 현재의 역사상 최대 영토를 물려준 세력도 만주에서 기원한 청나라였다.
인도는 수천년의 역사동안 국토 전체가 통일 되었던 경우가 별로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족의 지속적인 침략을 받아왔으며 근세에는 몽골의 후손을 자처하는 무굴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최근 100여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이집트는 그리스로마문명의 어머니로 농경과 토목과 건축과 문자와 기하학의 원조라 할만하지만, 기원전 수세기전에 이미 앗시리아에 정복당한 이래로 페르시아, 알렉산드 대왕,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이슬람의 압바스왕조, 쿠르드족의 아유브왕조, 투르크제국, 투르크 노예출신의 맘룩왕조, 나폴레옹, 영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세계 최초의 문명이 태동한 곳으로 널리 인정되지만, 현재 이라크는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걸프전 이후 미국의 준식민지 상태에 처해있다.
그리스는 페르시아의 공격을 물리쳤으나 알렉사드 대왕 이후로 로마에 의해 정복되었으며, 동로마제국 멸망 이후에는 이슬람제국인 투르크의 지배를 300년 이상 받았다. 19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영국 등의 도움으로 투르크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
로마제국의 이탈리아는 서로마의 멸망 이후 천년이상 지방도시국가들로 쪼개져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아랍, 터키의 침략과 불연속적인 지배를 받았고 1871년이 되어서야 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통일된 국가가 이뤄질 수 있었다.
해가 지지않았던 영국은 로마제국에 의한 정복, 게르만족의 이주, 바이킹의 침략, 데인족의 침략, 노르만에 의한 정복과 지배를 당하였다. 그 와중에 영국의 귀족들은 프랑스어 공용을 당연시 하였다.
아메리카의 정복자 스페인은 로마 식민지로 그 역사를 시작하여 로마의 쇠퇴이후 게르만 일족들의 지배를 받았다. 711년 북아프리카 이슬람세력의 침략를 받은 후 1492년 그라나다를 최후로 수복할 때까지 700년이 넘는 기간동안 국토의 상당한 영역에서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프랑스 역시 로마의 식민지로부터 출발하여 100년전쟁기간 영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보불전쟁과 2차대전에서는 독일에 패배하였다. 2차대전 이후 드골은 나치에 협력하였던 16만명에 대해 사형, 금고, 선거권 박탈 등을 실시함으로써 게르만에 대한 불명예를 씻으려 하였다. 특히 민족의 혼과 정신을 좀먹는 자라는 이유로 지식인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가혹하였다.
독일은 수천년간 제대로 통합된 국가를 구성하지 못하였고, 게르만족으로 구성된 수십개의 중소 영지의 느슨한 결합체일 뿐이었다. 근세이전 오랜 기간 로마와 프랑스의 압도적인 문화적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유럽 뿐만 아니라 인류의 전쟁사에서 가장 잔혹하고 사망자가 많은 전쟁 중 하나였다"는 30년전쟁의 주요 전장터였으며, 1차대전과 2차대전의 주요 도발자로 결국 어마어마한 국가적 손실과 민족적 비참을 겪게 되었다
러시아는 노르만족에 의한 슬라브족의 정복으로부터 그 역사를 시작하였고, 모든 러시아 도시들의 어머니인 키에프가 1240년 몽골족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이후, 몽골-타타르의 멍에를 둘러쓴 예속민족이 되었다. 칸에 대한 철저한 복종과 아부로 살아남았던 모스크바공국의 성장으로, 1500년이 되어서야 몽골의 후예 킵차크칸국의 비참한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은 1492년 콜럼부스의 아메리카대륙 도착 이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개척되기 시작하였고, 프랑스와 연합작전을 펼친 13개주 식민지 주민과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 1776년 독립을 이루게 되었다. 미국은 세워진지 300년이 안된 신생국가로 지금까지 겪어왔던 역사상의 치욕을 논하기에는 당연히 이른 감이 없지 않다. 2차대전이후로는 참여한 대부분의 전투에서 제대로된 승리가 없었으며, 세상의 모든 존재가 피할 수 없는 상승과 하락을 고려할 때,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의 현시기가 끝나고 국운의 하락이 시작될 때, 어느 정도까지 치욕을 겪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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