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팀장의 기쁨과 슬픔
'공공기관 팀장의 기쁨과 슬픔' 매거진을 시작할 때는 처음 팀장을 달고 1년 반 정도가 지났던 시점이었다. 좌충우돌하며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겨우 팀장 1회차를 마감하고 2회차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제서야 팀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조금씩 방향성이 잡혀 가고 있었어서 내 나름의 팀 스피릿(Team Sprit)이랄까? 그런 걸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반복되는 실수나 어려움에 대해 복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었다.
정리를 제대로,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는 욕심에 생각나는 아이템이나 에피소드를 그대로 글로 옮기지는 않았다. 일단 메모해 놓고 최대한 흐름이나 구조에 맞게 회차별로 구성해서 작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계획대로 잘 되던가? 워낙 바쁘기도 하고, 글감이 떠오른 날은 앞서 썼던 글의 흐름상 지금은 아니다 싶어서 메모만 남기게 되고, 그렇게 메모만 쌓이고 글은 쓰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었다.
"무슨 대단한 글을 쓰겠다고?"
2026년에 접어들면서 저장해 놓은 메모들은 한가득인데 긴 시간 동안 새 글이 없던 브런치를 보며 뭐 하는 건가 싶었다. 무슨 대단한 글을 쓰겠다고 순서나 흐름을 따지나 싶어서 이제부터는 뭐든 써야겠다는게 생기면 바로 쓰기로 했다. 그냥 뭐든 남겨 놓으면 나에게는 필요하고 유용한 기록들이니 그게 맞겠다 싶었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바빠질 예정?이다 보니 이것저것 따지면서 쓸 여유는 없을거라... ㅠㅠ
팀장을 하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어려움과 고민에 봉착하게 되는데, 결국 관리자급에서 가장 어려운 고충은 의사결정일 것 같다. 실무를 할 때도 어느 정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지만, 솔직히 어렵고 애매한건 팀장이나 본부장, 또는 더 윗선으로 미룰 수 있지 않은가?ㅎ
팀장도 본부장이나 더 윗선으로 미룰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제 위임전결 라인에서 전결권이 생긴 자리인 만큼 팀의 웬만한 업무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내 윗선이 결정해야 할 일들도 있었지만 팀장이 되니 내 의사에 대해서도 명확히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팀장을 해보니 매일매일이 결정의 연속이었다. 예전 실무를 할 때 나처럼, 모든 팀원들이 크든 작든 결정해달라고 현안을 가지고 왔다(역시 세상은 뿌린대로 거두는 법...ㅠㅠ). 최선을 다해서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그것이 맞는 것일지는 늘 물음표였다. 어떤 때는 숙고할 시간조차 없어서 결정할 때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다.
팀을 이끌어가는 의사결정에 있어 모든게 처음이고 결과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 어두운 터널을 허우적 거리며 겨우 지나가고 있던 2025년의 어느 여름날, 조금은 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바로 처음으로 팀을 이끌었던 2024년 부서성과 평가에서 장르부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민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얼마나 PDCA(Plan-Do-Check-Act)에 부합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성과를 창출했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PDCA 적합성인데, 결과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성과로서 도출하기 위한 계획과 과정도 중요하다. 아웃풋(output)보다는 아웃컴(outcome)을 더 중시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도 그것을 PDCA에 부합하게 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부서평가는 결과는 안 좋게 나오기도 합니다.
부서성과에 대한 평가결과는 경영평가 성과급에 반영된다. 부서 KPI를 기반으로 정량적, 정성적 실적 달성도를 평가해 그 결과를 개인 성과평가와 합산해 성과급이 차등지급된다. 반영 비율이 50%나 되서 나도 나지만 팀원들 전체의 성과급이 달려 있다보니 나름 피를 말린다.
처음 팀장을 맡았기에 사실 부서성과에 개인적으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 한몸만이 아닌 팀 전체를 챙겨야 하는 입장이라 팀 사업들을 열심히 리뷰해서 나름의 방향성을 잡아 최대한 벗어나지 않게 조율하며 꾸려갔다.
팀장은 처음이라 이게 맞는 방향인지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그간 쌓아온 내 노력을 믿었고, 팀원들의 잠재력도 믿었다. 일부 역량이 부족한 팀원도 있어서 일 잘하는 팀원에게 '몰빵'도 고민했었는데 팀워크를 헤치기도 하고 아무리 잘해도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도 있는지라, 이런 경우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며 관리해 나갔다.
때로는 팀원들이 반대하는 의사결정도 있었고, 중간에 사람이 빠져나가는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원들 개개인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설명과 설득을 반복하고, 어느정도 수렴도 해가며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기에, 연말에는 부서에서 달성한 유의미한 성과들을 PDCA 관점으로 최대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며칠 밤을 새가며 성과기술서를 쓰기도 했다.
팀장이 처음이었기에, 했던 모든 일에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고 경험치가 없어 예측이 안되었던 그런 1년을 보냈다. 그랬기에 2024년 부서성과 평가에서 장르사업 그룹(11개팀)에서 1등을 했다는 이 결과는 너무나도 값지고 보람된 것이었다.
평가대상은 총 29개 부서였고 그룹은 장르사업(11개), 기능사업(8개), 경영정책(10개) 3개 부문으로 나뉘어서 평가를 받았다. 장르사업이 부서 숫자가 제일 많아서 가장 치열한 부문이긴 하다. 기관 전체에서도 최상위권인 Top3 안에 든다고 들었다.
사실 이 팀이 2023년 부서평가가 최하위권이었기에 2024년은 중간 이상만 하자가 목표였는데, 너무나도 예상 외의 결과를 얻게 되어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있던 것은 내가 고민하고 결정했던 일들이 아주 틀린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받은 것이다. 물론 평가에서 1등을 했다고 모든 것이 다 잘되지는 않았을 테니 부족한 것은 보완하되, 잘된 것에 대해서는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 부서성과 평가결과가 나온 게 2025년 7월이었다. 벌써 9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이 기쁜 일을 그때 제때 기록하지 못하고 이제야 글을 쓴다. 쓰려고 메모는 해 놨었지만 한 번 타이밍을 놓쳐 버리니 이렇게 몇 달이나 지나가 버렸다. 늦게나마 당시 초보 팀장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에게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얼마 전까지는 2025년 부서성과 정리한다고 고생했는데, 열심히 한 만큼 올해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