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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Sep 17. 2023

조지오웰의 “1984”가 베스트셀러라는 러시아

빅브라더 때문에 비록 말은 못 하더라도

하루는 공원에서 웬 페스티벌을 한다고 해서 가봤다. 음식 파는 부스도 있었고, 영화 상영을 하는 섹션, 비즈니스 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는 섹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 내 관심을 끌었던 건 “취따이 고라드 (Read, City)“라는 섹션이었다. 잠시 서서 강연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제법 큰 서점 종사자이던 그분은 “저희 서점의 최근 베스트셀러는 조지 오웰의 1984에요”라고 했다.


왜 ‘빅 브라더’가 독재하는 세상의 얘기가 그려진 그 책이 유행할까?







어떤 하루는 길 가다 벽에 그려진 낙서 중 “키예프로 미사일을”이라는 그라피티를 봤다.


다른 나라에 미사일을 던지라는 건 사람을 죽이라는 건데 이건 무슨 심리일까 생각해 보았다. 정신병인가? 하다가 ‘아, 프로파간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출처 : 네이버블로그 ‘파이메이커스’


모두를 감시하는 지배자 ‘빅브라더’ 프로파간다에 젖었고, 그게 옳고 당연하다고 느끼면 그럴 수 있겠구나.



여기서도 티비를 틀면 지상사 방송에서 ’용감한 우리 군인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서방이 우리를 막지만 우리는 멋지게 정의를 수호합니다!‘라고 나온다. 그러니, 전쟁은 “사람을 죽인다” 아니라, “애국이다”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고, 결국 이 전쟁을 옹호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게 맞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1984가 유행하는 건 이것이 프로파간다임을 인지하는 사람들도 러시아에 많다는 걸 의미하는 거 아닐까 싶었다.


우리 회사에 직원도 1984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걸 보고 놀랐다.


다른 러시아인 친구에게도 혹 추천책이 있냐 물었을 때 1984를 바로 외쳤다. 이유가 뭐냐 하니 “너무 지금 러시아랑 같잖아.. 안타깝기도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책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최근에 다시 읽게 됐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읽어보다,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빅브라더의 당의 슬로건을 보고 무릎을 쳤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구속, 무지는 능력”



외국인일지라도 나조차 너무 지금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책 속 배경을 읽자니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폭력적이고 이상한 낙서를 길에 해대는 사람도 아직 많기에, 현 상황을 반대하는 이곳의 지성인들이 당장은 방법을 못 찾고, 그저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고뇌가 느껴졌다.


감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1984라는 책이 지금 다시 유행한다는 건, 많은 러시아인들이 현재 상황에 마음 아파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기에, 조금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



비록 모두를 감시하는 ’빅 브라더‘ 때문에 입 밖으로 말도 못 하더라도, 자기의 의견을 나누진 못 하더라도..  다들 아파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하게 했던 “베스트셀러”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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