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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Aug 25. 2023

또 한 번 한국뉴스를 시끌벅적하게 한, 프리고진 사망

여전히 파워풀한 그의 눈밖에 나면..

8월 23일,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모스크바 저녁때쯤 이게 보도되면서 여기가 한밤 중일 때 한국뉴스에서도 이 소식이 뜨겁게 다뤄졌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굳이 러시아 뉴스를 안 봐도 될 정도로 (오히려 러시아 뉴스보다도) 상세하게 그와 그의 죽음에 대해 분석하고 있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감옥 수감 경험이 거의 커리어? 의 시작인데, 이후로 감옥에서 나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핫도그 노점부터 해서 요식업으로 성공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2001년 뉴 아일랜드라는 선상 식당에서 ‘그‘를 만나게 되며 정치계와 연을 이어가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식당. 뉴 아일랜드


이것도 뉴아일랜드에서의 사진인데, 미국 부시 대통령 등 해외에서 유명 연사가 오면 여기로 갔다고 한다. 마치 좋은 손님 오면 내가 아는 맛집 데려가드릴게~ 하면서 데려갔던 그런 느낌으로 손님들을 모셨던 것 같다.


또 프리고진은 크렘린 대통령궁 케이터링도 맡으면서 점차 그의 요리사로 불리게 된다. 음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걸지, 그에게 너무 마음에 드는 태도를 보였던걸지, 뭐가 그를 홀린 걸지 궁금해진다. 본인이 직접 하기 어려운 암흑세계를 주무를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 생각했으려나?



2014년 프리고진은 세계가 모두 알게 된 “바그너그룹”을 설립하게 되는데, 용병 집단이다. 전쟁이 터지고 작년 처음 언론에서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러시아인지인에게 “그는 어떤 사람이야?” 하고 물었던 게 생각이 난다.


“그 사람 자체가 범죄 경력이 있어. 그런 그가 대통령의 친구가 돼서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용병그룹의 리더가 된 거지. 그 용병그룹에는 범죄인이라도 가입할 수가 있어. 너라도 ‘용병그룹에 들어와서 참전하면 돈과 자유를 줄 테니 감옥에서 나갈래? 아니면 감옥에 계속 있을래?’ 하면 전자를 택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용병 집단엔 전과자들이 있는데 그들이 무기를 들고 싸우고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무서워 “


그 말을 듣자, 나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게 가능하다니.



그렇게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가서 전쟁을 하게 되는데, 그런 그가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중 2-30%가 죽었다고 하지만 바그너 그룹 용병 수는 약 10,000명에 달했고, 그런 그룹을 이끌고 전쟁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생각하다 보니 본인이 러시아 전체의 권력을 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걸까?


2022년 러시아 국방부 장관 쇼이구도 전쟁에 참여하라고 발언하는 등, 러시아 수뇌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다 결국 모스크바로 군대를 끌고 진격한 것이다.


나 역시도 모스크바에서 내전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했고 그걸 글로도 남겼었다.


https://brunch.co.kr/@chloelada/48


이 소동으로, 러시아 안에서 현 정권을 뒤집으려 할 수도 있는 거구나 라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아닌 누군가가 그런 힘을 가졌다거나, 반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금지된 일이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목숨을 보장받을 것을 약속받고 회군한 건데, 결국 목숨을 잃었다. 모스크바 국방부와 회의를 하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비행기에 올랐는데 그게 추락해 타고 있던 프리고진이 사망한 것이다..

아직 정확한 경위는 모르지만 그가 왜 죽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어제 뜬 뉴스 팝업. 푸틴대통령이 그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외국인인 나조차 이런 상황들을 지켜본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무섭기도 하고.. 이러니 반기를 들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싶다. 나 역시도 밖에서 정치인 얘기하기가 무서운데 여기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듣는 사람이 정치얘기를 예민해할까 봐’ 정도가 아니라 ‘내가 위험해질까 봐’ 그렇게 되는 건데, 이런 두려움으로 인해 내 의견을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그 느낌. 한국에서는 이토록 체감해 본 적이 없었던 그 느낌을 여기서 받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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