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드론 공격 폭발음에 깨다
사실 러시아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듯 일상이 이어지고 있기에, 여기가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라는 걸 이따금씩 체감하지 못하고 지낼 때가 있다.
아니, 사실 그렇게 생각해야 내가 여기서 주재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귀국이 답이니..
여하튼 그렇게 일상을 이어가던 중, 전쟁이 우리 집 바로 앞까지 날아든 건 7월 30일 새벽이었다.
쿵!!!!
누가 업어가도 모르고 자는 나인데, 웬 폭발음에 잠에서 깼다. 집 근처에 공사판이 많아 엄청난 콘크리트가 고층에서 땅으로 떨어진 건가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영상을 하나 보는데.. 우리 집 근처의 모스크바 시티에서의 영상이었다. 그러던 중 엄청난 화염과 폭발음이 재생되었고, 어제의 그 소리가 이것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드론 공격이었다.
모스크바 남쪽과 크렘린 쪽에도 이따금씩 드론 공격이 있었다. 그래서 드론을 방해하려 내비게이션을 교란해 요즘 택시를 타도 기사아저씨가 “내비게이션이 이상하다” 고 하거나 길을 실제로 잃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 드론 공격이 바로 내 코앞에서 이뤄지다니..
순간 엄청난 패닉에 휩싸이며..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데, 내가 있는 곳이라고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나를 감싸며 한국으로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재원이라면 .. 그럴 틈도 없지
쇼크에 빠져, 귀임 하고 싶다.. 생각하던 그것도 잠시.
곧바로 상사와 본사에 보고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전이 뚝딱 흘러가 있었다.
그리고 더 가까이 사는 지인에게 별일 없는지 물었는데, 당연히도 너무 놀라있는 상태였다..
안전한 우리나라를 두고 우리가 이 무슨 고생이냐 싶기도 했지만.. 이 역시 주재원 생활 중 감내해야 하는 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턱 밑까지 온 전쟁.
전쟁을 실감하며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고 내가 전쟁 지역에 나와있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모쪼록 주재원 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무탈하게 지내다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다치는 한국인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