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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Apr 30. 2023

외제 맛보기 어려운 세상, 맥도날드 러시아 ver

제재로 인해 외제 맛보기 어려운 세상을 경험하다.

러시아에 살면서 별의별 걸 다 경험해 본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없는 세상이라니. 아등바등 열심히 돈 벌어보았지만 루이뷔통과 샤넬 매장이 없어서 명품 가방 하나 못 사다니.


이 시국에, 이 나라에 와서 정말 내가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구나,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라는걸 참 많이 느낀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나간다고 했을 때 눈앞이 깜깜했는데, 이제는 러시아의 소위 ‘짭’들도 일정 수준까지 퀄리티가 올라왔다. 그래도.. 뭔가 ‘짭’이라는 느낌이 묘한 갈증을 주긴 하지만.


오늘은 맥도날드가 빠지고 들어온 브꾸스나 이 또치카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맥도날드의 철수


맥도날드는 22년 5월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현지 기업에 사업을 매각하였다. 그게 브쿠스나 이 또치카. ’맛있으면 그만‘이라는 의미의 브랜드명을 걸고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


22년 3월,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나는 문을 닫으면 언제 다시 맥도날드를 맛볼지 모른단 생각에 부랴부랴 러시아에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앉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맛보고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맥도날드로 몰려들었었다. 세계인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러시아인에게도 참 인기가 좋은 맥도날드였기 때문에, 이나라 사람들도 적잖은 멘붕(?)에 몰려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안녕.. 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바이바이 맥도날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집으로 햄버거를 포장해 왔다.

빅맥과, 더블 로얄(러시아에만 있던 메뉴 같다), 너겟 등을 야무지게 포장해 왔다.


안녕, 맥도날드!



그리고 브쿠스나 이 또치카


그리고 5월에 브쿠스나 이 또치카로 다시 연 문

맥도날드에서 쓰던 소스. 맥도날드 로고만 네임펜으로 열심히 지운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콜라와 감자튀김 박스에 별다른 로고나 디자인이 없었다. 아직 이런 부분을 고민 중인 단계에서 오픈을 한 것이다.


맛은 어땠냐고?

음.. 뭔가 부족한데? 이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연지 얼마 되지 않고서는 햄버거 패티 질이 불량이라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2023년 5월에 주문해 먹은 브쿠스나 이 또치카

이제 맥도날드의 M 도 없앴다.

브쿠스나 이 또치카 햄버거 포장, 코카콜라 대신 도브리 콜라(직역. 착한 콜라)

로고도 개발하여 패키지에도 디자인을 입힌 것을 볼 수 있다. 그리도 햄버거 패키지에 디자인도 나름 신경을 쓴 게 느껴진다.


그리고 햄버거. 맛이 이상하게 좋아졌다. 햄버거 패티 논란도 이제는 없고, 질 개선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쓴듯하다.


‘빅맥’은 ’빅히트‘, ‘빅테이스티’는 ‘빅스페셜’ 이런 식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버거는 Двойной гранд 라는 더블 그랜드 버거인데, 혹시 러시아에 올일이 있어 이 햄버거 가게를 들린다면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패티 맛도 풍성하고 담백한 치즈맛이 느껴지는 게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이전 맥도날드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감자튀김이다. 기존 맥도날드보다 더 두껍고 실한 감자튀김이다. 작년 7월 수입 감자가 부족해 감자튀김을 제공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는데, 그 이후로 공급선을 찾아 새로 개발한 모양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맥도날드는 없어졌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브쿠스나 이 또치카는 처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은 제법 퀄리티를 올린 상태이다.


그전 맥도날드에 납품하던 곳 등을 활용하고, 부족한 것들은 대체공급선을 개발하여 지금은 일정 궤도까지 올렸는데, 이렇게 이나라는 옛 소련 시절처럼 독자적인 생산라인들을 죄다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서방 기업들이 퇴거하고, 이렇게 스스로 생산해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이 나라의 내구력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도 세계화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고, 나와 같이 잘돼있어도 맥도날드 라는 오리지널 브랜드가 없다는 갈증이 있는데, 이건 아무리 좋은 품질로 대체제를 만들더라도 채워지지 못할 부분일 것 같다.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 슬리퍼 끌고 나가서 맥도날드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시켜 먹는 자유는 정말 큰 것이었다는 걸 느끼게 될 줄이야.


아무리 내 것이 좋아진다 해도, 다른 사람의 것과 나의 것을, 타의로 인해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참 답답한 일이겠구나라는 것을 여기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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