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냐 Aug 27. 2023

나는 “스타벅스” 대신 “스타스커피”에 간다

러시아의 전법, 국민들 화나지 않게 빠르게 대처하기

러우 사태가 터지고 서방국가들과 러시아는 서로 제재와 대응을 열심히 주고받았고, 그 결과 대부분의 해외 브랜드가 빠져나갔다. 외국 브랜드가 보이면 "엥? 아직 안 나갔네?" 싶을 정도다. (내 손으로 열심히 번 돈으로 친구들 결혼식에 들고 갈 명품 가방 하나 사보려고 돈을 모았는데, 이제는 가방을 살 곳이 없어졌다..ㅎ)




제재 브랜드를 어떻게 대체했는데?


1)  '맥도널드' 대신 '브꾸스나 이 또치카'

무엇보다 먹는데 진심인 나. 맥도널드가 철수한다고 해서 너무 슬펐다. 맥도널드 없는데서 주재생활을 해보다니,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 기업이 이름만 바꿔서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고, 22년 5월 새로운 브랜드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다. 그리고 맥도널드를 대체한 '브꾸스나 이 또치카 (맛있으면 그만)'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이거에 대해선 특별히 다룬 포스트가 있다.)

https://brunch.co.kr/@chloelada/15​​



2) '스타벅스' 대신 '스타스 커피'

그리고 스타벅스의 경우에도 "스타스 커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대체되었다. 로고 모양도 비슷하게 뽑았는데, 처음 이걸 보고 있노라니, 너무 대놓고 "짝퉁"의 향기가 나서 보는 내가 다 머쓱하기도 했다. 처음엔 뭔가 2% 부족하다 싶기도 했는데, 맛도 이제 어느 정도 비슷해졌고 커피잔에다가 이름 써주는 것이나, 시스템은 다 기존의 스타벅스와 유사하게 해서 전처럼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인들이 사랑하는 국민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체부라쉬카'도 빵으로 만드는 등, 신메뉴를 개발하고 본인들만의 창의성도 더하며, 현지인들의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체부라쉬카 케이크


3) '정식 수입' 대신 '병행 수입'

또한 병행수입을 '장려'하는 수준으로 해서 정식 수입자가 아니더라도 브랜드 제품을 들여와서 팔 수 있게 해 제재로 인해 수입산 제품들이 줄어들 뻔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


4) '애플페이' 대신 '스티커페이'

한 가지 놀랐던 부분은 애플페이 대체. 한국에서는 애플페이를 쓸 수 없었는데 2021년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 애플페이를 처음 써보고 너무 편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애플페이를 너무 편하게 썼는데, 제재가 가해지며 나도 카드 지갑을 들고 다니게 됐다.


이에 현지 은행사 틴코프는 스티커 발부를 시작했다. 이렇게 팝업 부스를 열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스티커를 발부받았다.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고 전처럼 폰만 갖다 대도 되도록 대체품을 만들어 준 것이다.


줄이 어마어마했던 스티커페이 신청 현장


5) 'Zara' 대신 'Magg'

의류도 이제는 많은 부분 대체가 이뤄졌다. Zara는 Magg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영업을 시작했고, 러시아 국산 의류 브랜드들이 해외 의류 브랜드가 있던 가게들의 자리에 들어섰다.

 

6) 원래 쓰던 차들 대신 '중국 브랜드' 차량 (haval, cherry 등)

또 현대나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이 현지 생산을 멈춰 수급에 애로가 생기고 가격이 폭등했지만, 중국산 자동차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나 역시도 중국차인 택시를 여러 번 타봤는데, 차알못인 나로서는 차 내부는 잘 모르지만 승차감이나 외관상 보기에 좋아 보여서 사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정말 불편한 게 없어?


그럼 제재로 인해 불편한 게 없냐고 물으면 전혀 아니다. 실생활에서 대체 가능한 것들은 빨리 바꿔준다는 것이고, 그런 조치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분야들이 분명 있다.


1) 은행 이슈

은행 문제들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짝퉁을 만들어내 대체한다고 되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출장온 분이 이곳의 금융제재를 모르고서 현금 하나 없이 한국에서 발급한 카드만 달랑 들고 왔는데, 결제가 안되어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송금할 때도 중계은행이 잘못 지정돼 돈이 묶여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금융제재는 기회가 되면 상세히 다음 기회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2) 항공 이슈

많은 항공권 직항이 없어졌다. 심지어 한국에 갈 때도 경유를 해서 가야 한다. 그렇다 보니 비행기값도 비행해야 하는 시간도 더블이다. 항공편이라는 것은 물류, 관광, 비즈니스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만큼 당연히 매우 크리티컬 하다.


3) 전자기계 가격상승

전자제품 역시 중국산이 빠르게, 더 많이 공급됐지만 러시아 사람들도 아이폰, 삼성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휴대폰은 본인이 쓰던 브랜드를 쓰는 경향이 강한 만큼, 여전히 아이폰, 삼성폰 등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해당 브랜드들 가격은 치솟았고, 물류에 있어서도 제재가 있기 때문에 물류가격이 급등해 '수입해 오는 전자제품'일 경우 가격이 매우 비싸졌다. 나 역시 아이폰 바꿀 때가 됐는데.. 한국에 가면 사 오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혹시라도 고장이라도 날까 봐 노심초사하며 살고 있다.




러우 사태를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내부적으로 큰 분란 없이 흘러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그 이유들 중 하나는, 이처럼 제재로 인해 무언가를 못하게 됐다는 결핍을 얼른 채워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서방 국가들이 우리를 제재하고 우리를 힘들게 만들려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잘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어!" 하며 애국심을 키우기도 한다.


나조차, 처음에는 짝퉁을 보란 듯이 내걸고 장사하는 게 우습기도 했는데.. 이것들마저 없었으면 큰일 났겠다 싶을 정도이니..


전자제품을 사는 거나 항공권을 사는 건 일반 사람들에겐 1년에 1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일 수 있고, 은행 이슈도 비즈니스 할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인 만큼 실생활에서 생활이 매우 불편해서 화가 날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정작 일상생활에서 '햄버거 먹고 싶은데 햄버거 먹을 데가 없네'라거나, '커피 사 먹고 싶은데 커피 먹을 데가 없네', ‘결제해야 하는데 카드가 없네’, ‘입을 옷이 없네’ 등의 고민은 매일 부딪힐 수 있는 이슈인데, 그런 것들이 빠르게 충족되다 보니 사람들이 이런 제재에 있어선 크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상황이 끝나도 제재는 더 이어질 수 있다.


나간 브랜드들이 다시 들어오긴 어려울 것 같은데 향후 이런 대체 브랜드 관련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지켜볼만한 대목이다.


또 유사 브랜드로 채워졌다 해도, 어떤 상황으로 인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다 쓰는 브랜드를 이용할 수 없고, 내가 가고 싶은 나라로의 직항이 없다는 등.. 심리적 불만족이 쌓이면 어떻게 해소가 될지, 혹은 이 역시 러시아인들은 참아낼지도 궁금해진다.

이전 06화 동원령과 러시아 사람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