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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Jun 15. 2023

나에게 매우 특별한 첫 러시아인 직원

그녀의 퇴사 후, 공원에서 우연히 그녀를 마주치다

퇴근길에 우리 회사를 퇴사한 러시아 직원을 만났다.


그녀로 말하자면 나에게 매우 특별한 직원이었는데, 내가 처음 러시아 사무실에 왔을 때 나의 팀원이었고 내가 팀을 옮겼을 때에도 바뀌게 될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음에도 나를 따라 팀을 옮겼다.


회사에서 리더를 맡게 된 건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가 처음이었는데, 늘 나를 최고의 ’ 보스‘로 불러주며 나이도 어린 나를 항상 믿고 따라주었다.


언제고 내가 부탁하는 업무를 성실히 해내던, 그 맑고 열의 넘치는 눈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직원이 왜 퇴사를 했냐고?


첫 번째로는 금전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나도 마냥 붙잡을 수는 없었고, 곧 결혼과 가정을 꾸릴 예정이었기에 어쩔 수 없음을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론 더 이상 배우는 데에 있어 한계가 느껴졌단 거다. 업무 특성상 이직원에겐 답답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변화에 보수적이었고 행정에 대한 업무 비중이 높았으며, 업무가 반복되는 느낌이 많아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넘치는 이 분에게는, 뭔가 새로운 걸 원한단 마음이 들었을 테다. (나 역시도 늘 그러한 마음이 드니..)


더욱이 러시아에선 이직률이 매우 높으며, 이 직원도 자기가 다닌 회사 중엔 제일 오래 다닌 거라 했고, 옮길 때가 됐다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새삼 평생직장의 개념이 우리보다 덜하고, 직장과 나의 삶을 유연하게 구분하는 러시아인의 마인드가 부러워지기도 했었다.




퇴사 후 한 달 뒤에 마주친 그녀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곧 결혼할 남자친구와 퇴근 후 공원 산책 중에 날 마주친 건데, 얼굴에 웃음꽃이 잔뜩 피어나 있었다.


어떻게 지내냐, 일은 어떠냐는 내 질문에 너무 행복하고 일도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그녀가 부러울 수가 없었다.


가정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 새로운 것 대해 진취적으로 도전하여 얻은 업무에 대한 만족감, 이 모든 게 내가 요즘 갈망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10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셋이 함께 걸으며, 남자친구의 손을 꼭 맞잡고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니 내가 다 기뻤다.


부럽기도 했지만 나와 라포가 깊었던 직원의 행복을 마주치니 나 역시 기분이 따스하니 좋았다. 역시 배울게 많았던 나의 첫 팀원. 그녀의 건승과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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