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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Sep 07. 2023

러시아 직장 생활하면서 대학원 도전해 보기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 여깄습니다..

러시아에 파견 나오기 전, 러시아에 가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대학원 가기”


최종학력이 ‘학사’라 나중에 러시아 관련 무엇인가 커리어를 개발한다면 최소 ’ 석사‘ 학위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순히 러시아에서 석사를 따면 어느 정도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분들도 많이 봐서, 무슨 학과든 입학해서 해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도전해 봤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였다.




1. 실패의 이유

HSE라는 고등경제대학교에 지원을 했고, 합격해서 약 4달 동안 학교에 다녔다. 전공은 경영학과였는데, 학과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들어갔던 것, 그리고 업무와 병행이 생각 외로 쉽지 않았던 게 실패 요인이었던 것 같다.


학교 자체는 기존 명성이 있는 ‘모스크바국립대’보다 시설도 현대적이고 교육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학문을 실제 필드에 접목시킬 수 있는 훈련도 많이 시켜주었고, 실제 유관 필드에서 일하는 외부 연사를 자주 초빙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도 많이 가졌다.

학교 내부. 시설도 깔끔하니 좋다.

수업은 6시 40분경부터 시작되는데, 6시 칼퇴가 정말 어려운 나에게 수업을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학과에는 팀플레이 (조 단위 발표)가 많았는데, 전업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엔 난 참여가 안되니 빌런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무엇보다 ‘경영학’에 사실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수업하는 동안 배우는 재미를 맛보기 어려웠고, 학사도 전혀 관련 없는 분야를 했다 보니 따라가기가 2배로 벅찼다. 아마 내가 학과 수업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면 새로운 지식을 쌓으며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목덜미 잡혀 끌려가는 기분이다 보니 재미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학교 내 식당.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점심시간이 20분정도로 매우 짧다. 거의 달려가서 먹고 다시 수업에 가야한다.


하지만 지금은 해당 학과에서 온라인 과정을 제공하는 듯해서 해당 학과에 관심이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학위 취득이 가능할 것 같긴 하다. 지금도 업무가 너무 바빠 공부가 나를 위한 게 아닌 게 될 것 같아, 휴학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에 귀국한다거나 하면 온라인 코스로 다시 시도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순 있겠다고 생각 중이다. 전과를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여기까지 내가 러시아에서  석사 하겠다는 원대한 꿈이 실패한 이유다.




2. 지원하기

그럼 이제 지원하게 된 과정도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써본다.


학교 사이트에서 그나마 할 수 있겠다 싶은 학과들을 하나씩 눌러봤다. 그러다 마침 ‘입학 설명회’처럼 경영학과에서 진행한다는 게시글이 보이길래 “학교 구경이나 갈까?” 하고 학과 설명회에 가보게 되었다.


선생님들도 영어를 너무 잘하시고, 수업도 영어로 진행되며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들도 우리 학과에 되게 많아요. 저희는 필드에서의 학문 접목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하는 학생들을 배려할 것입니다.”라고 학과장님이 말을 했다. 그래서 “어머, 나를 위한 학과야!” 하고 바로 지원 준비에 들어갔다.


도서관도 시설이 괜찮았다. 하지만 러시아 학생들은 우리나라처럼 도서관이나 카페 등 밖에서 공부하기보단 집에서 공부하는 걸 선호하는 듯 했다.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입학 접수하는 사이트에서 영어로 하나씩 하나씩 클릭하고 서류를 업로드하면 된다. 준비해야 할 서류는 많지 않았다.


- 러시아어 번역, 아포스티유 공증받은 학사 졸업장, 성적표

- 2인(회사, 학교 교수님 등으로부터 받으면 된다.) 추천서 (영어도 가능)

- 자기소개서 (영어 가능)


나의 경우, 어차피 러시아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비자가 필요하지 않았는데,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비자 담당자나 학과 담당자에게 메일을 하면 학생 비자받는 법도 도와준다.


그리고 제출하고 일주일쯤 뒤에 메일이 왔다. 서류는 패스했으니 면접을 보면 된다고 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온라인으로 면접을 봤다. 학과장님과 학과 보조 같은 분이 계셨고, 영어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다. 입학 희망 동기, 학과 코스 중 관심 있는 과목, 자기소개, 연구 희망 분야 등에 대해서 물어봤고 15분 정도 짧게 진행됐다.


그리고 며칠 후에 학과 합격 통지를 메일로 받았다. 그리고 학비를 입금했다. 1년에 420,000 루블이었는데 절반만 먼저 입금하면 된다. (절반이라 해도 약 400만 원 정도로, 학비가 싸진 않다. 비싼 공부 했다..)




3. 학교 다니기

그리고 첫날 오리엔테이션, 하필 그때 코로나에 걸려서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자기소개를 했는데 다들 어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지.. 휘황찬란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코로나 완쾌 후, 학교에 갔다. 22살-25살 되는 귀여운 친구들이었고 현 상황 때문인지 외국인이 많지 않았다. 50명 정도 되는 인원 중, 중국인 3명, 이탈리아 사람 1명, 인도 사람 1명, 일본인 1명, 그리고 한국인 나 하나였다. 그럼에도 외국인을 배척하는 것 없이 다들 친절히 대해주었고, 친구들과 주말엔 학교 끝나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재밌게 보냈다. 참 감사한 기억이다.



수업은 평일 5일 중 거의 3-4일 진행됐다. 오후 6시 40분 정도부터 9시 30분 정도까지 진행이 됐고, 주말 중 토요일에는 거의 아침 10시부터 18시까지 거의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직장인도 병행 가능하다고 학과 설명회 때 말했었는데! 속았다. 쉽지 않았다.



평가는 조모임을 통해 거의 매주 발표가 진행되는 것, 한 번씩 진행되는 온라인 퀴즈,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그리고 논문 주제를 정해야 했고, 지도 교수 명단을 공유받아 거기서 지도 교수와 매칭이 되면 논문을 쓰기 시작한다. 논문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주제, 구성을 발표하는 수업도 별도로 있었다. 수업 구성 자체는 참 알찼던 것 같다.


만약 내 자녀가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하면 HSE (고등경제대)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선생님들도 깨어있고 커리큘럼도 알찬 학교였다. 비록 직장인으로서 학업을 병행한다는 거 자체가 원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힘든 커리큘럼을 결국 나는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


언제 다시 돌아갈지, 그 학과로 돌아갈지, 돌아가긴 할지 아직 고민 중이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거에 도전을 해보고 ‘쉽지 않았다’는 걸 맛봤다는 것에 사실 만족한다.


아예 입학 시도도 두려워서 해보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아, 석사 도전해 볼걸~” 하고 후회만 남았을 테니, 뭐든 해봐야 아는 거니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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