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 안탈리아 | 안탈리아에 대한 좋은 인상들
택시 이용부터가 편안했던 안탈리아
이스탄불에서 호되게 당하고, 또 당하다가 온 우리.
안탈리아공항에 내렸을 때 택시 잡는 미션부터 단단히 긴장을 했다. 또 호구 잡히면.. 우린 바보야 하는 마음 가짐으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어이~ 우리 만만한 관광객 아니야~!”라는 눈빛을 쏘아대며 택시 기사들을 찾아 헤매었다.
하지만 웬걸. 너무 친절한 도시였다.
내려서 우버와 BiTaxi 라는 튀르키예 어플로 택시를 부르는데 영 잡히지 않아서 택시 승강장 쪽으로 갔다.
택시를 배정해 주는 아저씨가 있었고 네이버에서 본 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협정을 맺고(?) 택시에 짐을 싣기로 했다.
하지만 이스탄불에서 택시아저씨가 가던 도중에 “이거 차가 막혀서 돈을 더 올려야겠어” 하며 돈을 올린 경험에 “가다가 돈 더 받겠다 하고 그런 거 아니죠????!!” 재차 물었고.. 무슨 소리냐며 우리를 태웠다.
정말 그런 거 없이 깔끔히 무사히 도착했고, 안탈리아에서는 사기 및 교만, 거짓부렁 없이 택시를 편안히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택시가 관광객에 얼마나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을 크게 좌지우지하는지 크게 깨닫고 올 수 있었다.
감성 카페로 마음에 따스히 깃든 안탈리아
앞서 소개한 올인클루시브 호텔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게 다 있었는데 단 한 가지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아이스아메리카노.
러시아 쪽에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잘 먹지 않는데, 한국 문화 패치가 된 남자친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아아 먹으러 가야겠다” 선포했다.
그리하여 쓱 길을 나섰고, 묵었던 팔콘 호텔 바로 앞에 있던 Midory Coffee로 가게 됐다.
https://maps.app.goo.gl/CVF2hnr9NBnYDY2M8?g_st=ic
미도리커피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뿔테 안경에 티셔츠를 입은 멋들어진 30대 중반쯤 돼 보이던 사장님이 내려주신 커피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향도 너무 좋아서, 남자친구는 회사에 있는 본인의 커피클럽 (오전에 20분 커피 내려먹는 소모임이라고 하는데, 매일 갖는다고 한다..)에 가져가겠다고 원두를 샀다.
원두가 두 가지 타입이었는데, 이 원두는 저렇고 저 원두는 저렇다고 상세히 소개를 해주셨고, 심지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각각 다른 원두의 에스프레소를 내려주시며 커피 향을 즐겨보라 하셨다.
인테리어도 너무 감성 터졌고, 고양이가 쉬고 있는 공간마저도 감성 그 자체였다.
다만 날씨가 40도 정도 돼서인지 손님이 너무 없어서 걱정됐는데, 그런 와중에도 카페 수리하러 온 수리공 분들께도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주시는 사장님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한식당도 감성을 챙겨버린 안탈리아
남자친구가 아아를 못 참았다면..
나는 한식을 참지 못했다.
호텔에 머문 지 4일째 되던 날이었나?
미치도록 한식의 맵싹 하고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남자친구의 신조는 “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건데, 난 그게 쉽지가 않다.
최소 3-4일에 최소 컵라면 하나로 중간 해장(?) 은 해줘야 하는데, 내 위장이 나 자신보다 엄청난 애국자라는 생각이 가끔 들 정도다.
그래서 가게 된 카페 부부.
https://maps.app.goo.gl/y2dcCWFNaEgdeYLz8?g_st=ic
호텔에서 이곳까지 택시 타고 무려 1시간 반이 걸렸다. 하필 우리가 출발한 시간이 퇴근시간이어서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더 수영하고 싶다고 한 남자친구를 끌고 택시 안에 그리 길게 앉아있노라니..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나 조차도 멀미가 날 정도로 지겨운 길이었다.
하지만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체기가 싹 가셨다.
사실 이 카페 부부는 안탈리아 오기 몇 달 전부터 “외국 한식당이 이렇게 감성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저장해 둔 곳이었고 와서 보니 잘 왔다 싶었다.
더욱이 모스크바의 한식당들은 주로 주재원과 교민 타깃이라 분위기가 살짝 올드한 면이 있는데.. 이곳을 보며 “한식당이 이리도 모던하고 감성 있을 수 있구나” 생각했고 참 새롭게 다가왔다.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라면 국물과 떡볶이 국물을 거의 마시고 나니 속이 싹 기분!
솔직히 맛에 있어서는.. 확실히 K-아버지들을 커버하는 모스크바의 한식당과 달리,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긴 했다.
하지만 시킨 음료는, 두말할 필요 없이 좋았다.
딸기에이드는 과육이 씹혔고 너무 달달했으며, 커피는 이곳의 시그니처인 “참깨 커피“를 맛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처음 참깨라테라고 했을 때 엥???? 참깨를 라테에 넣는다고? 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참깨가 라테와 너무 잘 어우러져 생각보다 라테만의 고소함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공항 가는 길의 안탈리아
그렇게 행복했던 안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아침 비행기로 안탈리아를 떠나는 길.
언제 다시 올지 몰라 눈에 더 열심히 담고자 택시 창문 밖 풍경을 열심히 살폈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이스탄불에서 볼 수 없었던 깔끔하고 새로운 느낌의 건물들이었다.
도시 자체가 심심하다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안에 깃든 여유와 감성들을 오롯이 하나하나 눌러 담는다면 안탈리아의 매력에 안 빠지고는 못 배길 것이다.
좋은 추억과 여유로운 바이브를 선사해줘서
참 고마운 안탈리아, 다시 만날 수 있길!
Adios, Antal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