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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Aug 13. 2023

러시아의 별장, 다차 두 번째 방문!

한층 더 화려해진 수확물들

“곧 엄마 생일인데 같이 다차 갈래?”


라는 남자친구 말에 냅다 가겠다고 하고선 또 다차에 따라가게 되었다.


러시아 문화 중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 다차,

“데려가주신다면 언제든 갑죠” 상태(?)인 나.


또 다시 한 번 그 공기, 그 여유를 맛보러 떠나본다.




다차로 출발!


모스크바 시내에서 1시간 반정도 위로 올라가야 해서, 이번에도 시내 근처에서 기름을 먼저 충전했다. 차가 있지만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남자친구가 유일하게 운전하는 걸 보는 건 다차에 갈 때뿐인지라, 기름 넣는걸 바로 옆에서 보는 것도 이때뿐이다.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은, 휴대폰 어플과 연동이 돼있어서 휴대폰으로 돈을 내고 기름을 넣는다. 내 편견과 달리 너무 IT 강국 모먼트가 많은 이곳이다..


이런 식으로 어플로 주유하는 시스템이다.




여름에는 주말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교외 다차로 가기 때문에 일찍 출발해야 하는데, 이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차가 막히는 바람에 3시쯤 도착했다.




맛있어서 잘 먹었습니다만..!


오자마자 짐을 풀고,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었다. 처음엔 너무 생소해서 입맛에 안 맞았는데, 지금은 너무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들..!


Шпроты (슈쁘로띄) 라는 훈제 물고기 통조림, 오이, 크림치즈, 우끄롭(러시아에서 자주 먹는 딜)을 올려 만든 샌드위치!

이 생선통조림으로 만든 샌드위치는.. ”엥..? 생선으로 샌드위치를 만드셨다고..? 난 좀 무서운데.. “ 싶었는데 먹어보니까 비린맛이나 생선맛이 하나도 안 나서 깜. 짝 놀랐다. 생선 맛이 고소했고, 다차에서 난 신선한 오이를 올리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왼쪽) 맛살에 치즈 넣은 것, (오른쪽) 마요네즈 등 소스에 버무린 애호박 요리

그리고 어머니가 개발한 것 같은 요리였는데, 맛살 속에 치즈 넣은 왼쪽 요리, 그리고 다차 텃밭에서 난 애호박으로 만든 요리인데 보기엔 느끼해 보이는데 풍미가 너무 좋았다.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산뜻한 맛이랄까?


셀료뜨카 빳 슈바이 (모피 덮은 청어) 라는 비트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이것은 비트로 만든 샐러드인데, 새해 명절 음식 소개 때 소개한 적이 있다. 이 밑에도 생선이 깔려있는데 역시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날도 역시 맛있었다. 남자친구 말로는 비트 음식을 먹으면 화장실을 잘 간다고 하는데, 네이버 선생님께 여쭤보니 정말 비트는 ‘장 정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은 감자 퓨레 요리를 많이 먹는다. 감자가 크고 싸고 맛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쌀 먹듯 감자를 먹는다.


어머니 옆집 분들도 “음식에 뭐를 몰래 따로 넣나 봐~”라고 할 정도로 어머니가 해주신 모든 요리가 맛있다.


외국인인데도 이렇게 다 잘 먹으니 어머니 눈에도 너무 예뻐 보이나 보다.


이웃 분들에게도 내 소개를 하시며 “러시아 음식도 다 잘 먹어!”라고 자랑하시곤 했다. 나의 먹성이.. 자랑스럽다니.. 뿌듯할 따름이다 (ㅋㅋ)





텃밭 투어. 올해는 꽃이 더욱 예쁘게 피었네!


근처 시장에서 모종을 사거나 씨앗을 사 와서 텃밭에 심으신다고 하는 어머니. 어떻게 이렇게 모든 꽃들이 예쁘고 풍성하게 잘 자랐을까?


내 집에 들이는 모든 식물을 죽여버리는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안타깝게도 심지어 선인장조차 우리 집에 오면 무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너무 부러운 기술이었다.



꽃은 못 키우더라도.. 마치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꽃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기에 더욱 사진 찍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특히 바로 위 사진 “꽃 안의 꽃”은 너무 예뻐서 찾아보니 Цинния, 백일홍이라고 한다. 이렇게 예쁜 곳이었구나!



수국도 흐드러지게 펴있었는데, 따로 수국 포토스폿을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도 여기 앞에서 사진 찍으면 잘 나온다 시기에 우리도 하나씩 사진을 남겼다.


смородина 라고 하는 블랙커런트


사과, 블랙커런트, 배 등 각종 과일도 키우고 계셨다. 각 식물마다 특징이 다 다를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잘 케어하셨을까? 식물도 생명이고 모든 생명을 키우는 일에는 어마어마한 정성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너무 대단해보이셨다.



모든 작물들이 다 신선하고 맛도 좋았지만, 특히 오이가 너무 신선하고 크고 맛있었다. (러시아에서 주로 먹는 오이는 한국 오이랑 달리 반절 사이즈만큼 크는 품종인데, 그중에서도 큰 사이즈로 잘 자란 것이다.)


오이는 물을 엄청 많이 먹는 식물이고, 물을 잔뜩 줘놓으면 밤에 무럭무럭 자란다고 설명도 해주셨다.


텃밭에서 마늘도 난다고 하는데, 이렇게 마늘이 매달려 있는 걸 보니 한국 바이브가 느껴지기도 했다.




다차에서 빠질 수 없는 샤슬릭 (바비큐) 파티!



다차에 오면 저녁엔 무조건 샤슬릭을 먹는다고 보면 된다. 텃밭 투어를 마치고 조금 쉬고 나오니 소시지와 어머니가 양념해 두신 샤슬릭이 준비돼 있었다.


성공적으로 불 피우고 좋아하는 그


그리고 노릇노릇 샤슬릭, 소시지 굽기.


진짜 먹을 때마다 육즙이 팡팡 터지고, 고기도 뭉텅이로 툭툭 꽂혀있는 걸 빼먹는 거라 씹는 맛도 있고. 너-무 맛있다.


다 구운 다음에 실내로 가져와서 먹었는데, 밖에서 좋은 공기랑 같이 먹음 천국이겠다 싶은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남의 집에서 뭘 바래? 이정도면 훌륭하지! 하며 감사히 잘 즐겼다.


이웃 분이 불러서 나간 남자친구. 민트를 한 뭉텅이 따주셔서 받고 있는 장면이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이웃 중 절친 분 내외를 만나 인사를 했다. 너무 웃기고 재밌었던 건, 서로 음식을 주고받을 때 전화로 서로를 불러내는 게 아니라, 마당에서 ”야~~ 까짜야~~~~~“ 하면 이웃 분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너무 신기하게도, 나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남자친구에게 “나가봐”라고 해서 집중해 보니 옆집 친구분이 어머니를 부르고 계셨다.


이렇게 서로를 호출? 하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고 귀엽기도 했다. 울타리 너머로 서로 수확한 농작물, 음식을 주고받곤 하셨다. 우리도 이웃 분에게 민트 한 뭉치를 받아왔다.



이렇게 좋은 공기에, 따뜻한 환대에, 맛있는 음식으로 두 번째 갔던 다차도 나에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신 다차의 음식들.

집에 와서 펼쳐보니 어마무시했다.

굶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만국 공통이었던가..

샤슬릭, 보리밥, 오이, 하차푸리, 팬케익 등을 잔뜩 싸주셨다.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 했지만 일주일 내내 열심히 다 먹어버렸다.


블랙커런트도 싸주셨는데, 이걸로 청을 만들어 먹을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이웃 분이 주신 민트들..

말린 뒤에 차에 잎 하나씩 넣어 먹으면 좋다고 주셨는데, 잎 하나하나 따는 게 여간 보통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가내 수공업을 돌려 모두 따서 말렸고(?).. 올해 가을, 겨울까지 따뜻한 차에 잎 하나씩 넣어 먹어볼 생각이다.



마음도, 배도 풍요로이 두둑이 채워온 두 번째 다차 방문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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