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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Mar 29. 2023

러시아인들의 별장, 다차에 초대받다

힐링 그 잡채, 다차 탐방기


다차가 뭐야?


다차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별장’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하지만 완전히 ‘별장’이라는 단어만으로 다차의 느낌이 확 번역이 되는 거 같진 않다. ‘별장’ 그 이상의 ‘별장’이랄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차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한다.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고?


러시아 도시민의 70% 이상이 다차를 소유하고 있는데, 실제로 주변 친구들이나 회사 직원들도 물어보면 다차가 없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전원주택의 삶을 동경하던 나로서는 더없이 부러웠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다차 초대를 해주어서 감사히도 다차에서 1박을 보낼 수 있었다.


다차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세종대왕이 그러하듯, 이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표트르 대제가 신하들에게 부지를 나눠준 데서 시작되었다. 소련 시절 이후 땅들이 국유화되었지만 다차는 러시아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만큼, 여전히 노동자와 엘리트 계급에게도 분배되었으며, 공무원들에게도 나뉘어졌다. (아무래도 땅 가진 걸로는 전 세계에서 제일 넓은 땅을 가졌으니.. 땅 나눠주는 데는 아낌이 없었나 보다..)


내가 초대받은 다차도 공무원으로 근무하셨었고 당시 나라로부터 받은 땅에 지은 집이라고 했다.


내가 다차에 초대받아 다녀온 때는 6월경이었는데, 모스크바 근교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 오전 시간대에는 근교 다차로 가느라 도심에서 근교로 나가는 길이 막히는 일이 잦다고 하여, 이른 아침에 가야 한다고 했다. 꼼지락대다 보니 11시쯤 출발했는데, 실제로 차가 많이 막혔다. 그 정도로 주말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차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도착한 다차!


도착하자마자 맡은 공기가 너무 상쾌하고 깨끗해서 기분이 맑아졌다. 모스크바도 공기가 좋은 편인데, 딱 1시간 반 떨어진 이곳에 왔다고 공기가 이토록 더더욱 상쾌할 일인지! 푸르른 풀내음이 느껴지는 텃밭 뷰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텃밭에는 각종 채소들과 예쁜 꽃,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날이 풀리는 4-5월부터 겨울이 되기 전인 9-10월 정도까진 매주 주말마다 다차에 간다고 한다. 직업이 없는 경우엔 다차에서 따뜻한 기간 동안 텃밭을 가꾸며 상주하면서 지내기도 한다는데, 이렇게 상쾌한 여름을 느낄 수 있다면 나라도 매일 있고 싶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러시아의 겨울은 매우 길고 우중충한 탓에, 여기서 지내는 동안 나 역시도 햇볕 드는 따뜻한 날이면, 밖에 나가지 못해 사족을 못 쓰게 되었다. 아마 여름만 되면 우수수 생기는 식당 야외 테라스들도, 이렇게 다차를 사랑하는 것도, 아마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날씨를 온전히 즐기려는 러시아인들의 심리가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겨울에도 다차를 가는 사람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계절에 다차를 찾아가 텃밭을 가꾸고 야외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자 하는 이유가 이 ‘긴 겨울’에 있을 것 같다.


텃밭의 풍경. 보기만 해도 싱그럽다.


텃밭을 간단히 구경했다. 딸기려나? 이름 모를 식물들이 파릇파릇하게 피어나있었다. 집주인께서는 모든 식물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주셨는데, 얼마나 애정을 가득 담아 키우고 계신지.. 설명해 주시는 열정 가득한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식물을 키우기만 하면 죽이는 똥손(?)인 나로서는 이렇게 키우신 게 대단해 보였다.


손님용 방. 침대가 두개 나란히 있었다.

내가 초대받은 다차에는 다락방이 있는 1층 집, 그리고 별채가 있었다. 나는 별채에서 묵었는데, 이렇게 손님이 놀러 와서 편하게 묵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싶기도 했다.


별채에는 러시아의 사우나인 ‘바냐’도 있었다. 바냐를 그다지 선호하시지 않으셔서 손을 보지 않았다고 하시기에 다차에서 바냐를 체험할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이런 집에 살면서 뜨끈뜨끈하게 지질 수 있는 사우나인 바냐가 있다면 난 매주 사용할 것 같은데!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맨 왼쪽은 알라두쉑 (러시아식 팬케이크) 맨 오른쪽은 카샤 (러시아식 오트밀 죽)이다. 썰은 햄과 치즈, 샐러드, 그리고 아메리카노에 우유와 설탕을 조금 넣으면 한끼 식사 완성이다


별채에 짐을 풀고, 본채 실내에 들어와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러시아식 가정식을 체험해 보는 느낌이었다.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 그리고 집에서 만드셨다는 러시아식 팬케이트 알라두쉑과 오트밀죽인 카샤. 그리고 ‘쌩’ 햄과 치즈를 올려서 먹었다. 마무리로는 아메리카노에 우유, 설탕을 타서 먹으며 깐뻬띠(초콜릿)로 한 끼를 마무리했다.


전형적인 러시아 현지인식 식사 느낌이었달까. 맛있었지만, 다소 고열량이었는데 이것도 날씨 탓에 이러한 식습관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필수코스, 야외 바비큐 (샤슬릭)
샤슬릭 굽는 모습

러시아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샤슬릭을 구워 먹었다. 6시쯤 차콜에다가 불을 지피고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불이 세게 붙었고 미리 꽂아준 샤슬릭(고기 꼬치)을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네 엄마들이 손맛을 자랑하듯, 직접 양념을 절인? 샤슬릭이라고 자랑하셨다. 러시아어로는 Мариновать(마리나바찌)라고 하는데, 굉장히 강조하셔서 이 사진을 보면 그 단어가 들리는 것 같다.


마트에서 산 버전과 내가 직접 양념 절인 샤슬릭 버전을 비교해 보라고 하셨는데, 확실히 직접 만드신 게 맛있었다. 불맛도 훨씬 잘 느껴지고 깊은 맛이 났달까?


소시지도 어마무시하게 구워먹었다.


잊을 수 없는 한 끼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잔디 깎기로 보답하고 귀가


샴 고양이 종 같은데, 주인이 없고 앞집에서 밥을 줘서 여기도 자주 놀러온다고 했다. (이 와중에 양말과 슬리퍼의 조합이 다소 강렬하지만 무시해주시길..)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밖으로 나오니 집으로 놀러 온 애교쟁이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를 좋아하는걸 동물들도 느끼는 게 분명하다. 내가 너무 예뻐해 주니 나만 졸졸 따라다녔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선, 잔디를 깎았다.


한번 해보고 싶어서 기계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해 잔디를 깎아보았다. 난 재밌게 했는데 집주인 분은 해줘서 고마워하시는 눈치였다. 밥값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텃밭 투어를 한번 더 하고 모스크바 도심으로 돌아왔다. 다차에서 보낸 주말. 힐링 그 자체였다.



돌아와선 너무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선물드리고 싶어서 다차에서 찍어드린 두 집주인의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려보았다. 다차가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려지며 그리는 내내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그 정도로 여운이 남는 기억이 되었다.



러시아인 대부분이 소유하고 있다는 다차.


그렇게 많으면 나에게도 하나쯤 주면 안 되나..? 하는 엉뚱한 질문을 혼자 해보며 다차를 꾸미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을 해보았다. 상상만으로도 괜스레 행복해지고, 다차를 가진 이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너무 좋았던 그곳, 다차. 다음에 언젠가 또 가서 힐링할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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