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냐 Aug 26. 2023

겨울나라 사람들이 여름을 즐기는 법

짧고 굵게 즐기는 러시아의 여름

러시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러시아에 여름이 있다고 하면 놀라기도 할 정도로, 러시아 하면 겨울이 떠오른다.


실제로 이 글을 쓰는 8월 25일 오늘도 제법 쌀쌀하다. 여름이 있지만 아쉬울 정도로 참 짧다. 6월부터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7월, 8월 2개월이 여름이다. 나머지 10개월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짧은 봄, 그리고 가을 혹은 겨울의 느낌이다.


나 역시도 여름을 기다려왔는데.

내 마음은 아직 여름이라 말하고 싶은데!

가을이 성큼 와버렸다.

8월 25일 오늘 최고 온도 19도! 위에는 추워서 결국 들고나온 가디건을 입었지만, 나는 아직 샌들을 더 신고 싶다


이렇게나 짧은 여름을 다들 겨울 내내 손꼽아 기다렸던 만큼, 여름이 되면 다들 최선을 다해 야외활동을 한다.


오늘은 어떻게 사람들이 여름을 즐기는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1. "태닝" : 사람도 나무처럼 광합성이 필요해 :)


사실 이건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 적잖이 문화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다. 러시아에는 공원이 참 많은데, 공원 잔디밭에 보면 사람들이 헐벗고 누워있는 것이었다.


이런 공원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벌러덩 누워 광합성을 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모르는 타인이 뭘 하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저렇게 헐벗고 누워있는데 다들 너무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에 두 번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느덧 여기 온 지 만 2년이 되고, 21년부터 3번의 여름을 나다 보니 이젠 나도 아무렇지도 않다. 심지어 내년쯤이면 나도 저기 공원 어딘가에 누워있을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햇볕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해가 갔다. 나 역시도 따스한 볕이 너무 그리웠고, 햇볕을 쐬고 있노라면 기분이 너무 좋기에!


이런 문화 때문인지, 어디 다녀와서 피부가 태닝 돼있으면 너무 건강해 보이고 예쁘다고들 서로 칭찬하곤 한다. 러시아인들에게 여름은 광합성과 태닝의 계절이다.


아름다운 러시아의 여름. 그리고 아름다운 조경이 있는 여름의 공원들.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따사로움이다.



2. "수영" : 물개들만 모여있었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시티 센터에서 수영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찾아보니 그 수영장이 바로 정말 내 행동반경 안에 있던 장소였다. 주말에는 약 4만 원을 주고 입장해야 하는데, 러시아 수영장 치고 좀 비싼 편이었지만, Лето в парке (Summer in the park)라는 이름 그대로 '공원에서의 여름'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주변의 파릇파릇한 공원을 산책하고, 수영장에 입장했다. 파릇파릇한 공원의 나무 숲 뒤로 빌딩 숲이 보이는 게 이색적이었다.


Kranaya Presnaya 공원에 여름 스팟성 수영장! 안에서 술과 음식도 사먹을 수 있는데 맥주가 맛도리였다.


주거지역과 사무지역 근처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자쿠지 같은 동그란 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큰 수영장 2개가 있었는데 거기선 어른들이 수영을 주로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를 물 위로 내놓고 평영을 하면서 수영한다. 박치인 나는 아무리 배워도 손과 다리가 따로 놀아서 자유형 or 배영만 가능한데.. 여유롭게 평영 하는 걸 보면 물에 있는 걸 편안히 즐기는구나 싶다. 수영 못 하는 사람들도 거의 못 봐서,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수영을 좋아한단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언니 오빠들(높은 확률로 동생일 수 있음), 열심히 태닝을 한다.


루즈니키 워터파크 (Luzniki Aqua park)

그리고 모스크바에는 워터파크도 많은데 시설도 너무 잘 돼있고,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여름 겨울 모두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루즈니키 워터파크라는 곳은 야외수영장이 있는데, 이곳에 가는 묘미도 쏠쏠하기에 여름에는 꼭 들르고 싶은 장소다.


그리고 옆에 있는 루즈니키 공원에서 킥보드를 한 바퀴 타고 집에 오면 코스가 아주 환상적이다.



3. “다차” : 주말마다 어떻게 가? 좋으니까 가지~


다차(주말농장, 별장 같은 개념)는 이미 2번에 걸쳐 소개한 적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차는 여름 필수템(?)으로 주말마다 가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공간이다. 아마 다차 없이는 여름을 못 살아내는 사람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https://brunch.co.kr/@chloelada/13


https://brunch.co.kr/@chloelada/68​​


4. “해외여행” : 여름을 더욱 인텐시브 코스로 즐기겠어!


러시아의 노동법은 매우 노동자 친화적이다.

언젠가 일하면서 배운 수준의 노동법에 대해서도 가볍게 소개하고자 하는데, 우리나라랑 크게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1) 유급휴가가 28일이며, 2주는 1년에 한 번 연달아 써야 한다. (블라디보스톡 같은 극동지역는 휴가가 35일 인것으로 알고 있다..)


2) 병가 일수의 제한은 없으며 병원 진단서를 떼오기가 쉽다.


이런 두 점으로 휴가를 길게 가기 좋은 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러시아 사람들은 월급이 우리나라 직장인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처럼 저축 성향이 엄청 크진 않아서, 즐기기 위해 해외여행을 참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러-우 사태로 많은 직항 편이 끊겨서 지금은 터키, 이집트로 많이 가는 편이며, 실제 이번에 다녀온 터키에서도 러시아인을 매우 매우, 매-우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실 러시아도 4계절이 모두 매력적이고, 특히 겨울은 더더욱 아름답다. 하지만 여름의 끝자락에서, 여름이 가는 게 아쉬워 러시아도 여름이 있으며, 어떻게 여름을 즐기는지 소개하고 싶어 이 글을 써본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벌써 제법 쌀쌀하지만, 아직은 반팔을 꾸역꾸역 입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주 다음 주 더 열심히 야외활동을 해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러시아에서 테니스 배우기 (테린이 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