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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Jun 21. 2023

러시아에서 테니스 배우기 (테린이 주의)

테니스 강국에서 배우는 테니스는 뭐가 좀 다른가?

나는 테린이를 넘어서 테기다. 테니스+애기.. 올해 1월, 2달 정도 8회 배우고, 쉬다가 다시 시작한 지는 2주! 오늘 테니스 수업을 다녀왔다.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도 (..은 바로 접니다) 마리아 샤라포바의 이름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러시아 하면 테니스가 유명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세계권 경기들에서 선전한 다닐 메데브데프도 러시아 출신이고 여러 유명한 테니스 선수들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도 러시아는 훌륭한 테니스 선수를 배출하는 '테니스 강국'이라고 인식되곤 한다.


이런 러시아에서 태니스를 배우는 건 어떨까?



유튜브에 '러시아 테니스'를 검색했을 땐 '무서운 러시아식 테니스 교육' 이런 영상이 뜨는데, 보니까 아주 그냥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그럴까?




모스크바에서 테니스 레슨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지만, 내가 고른 테니스 학원 기준은 1)집 근처 2)실내였다.


처음엔 지인과 2:1로 강습을 받았는데, 회당 약 8만 원이었다. 금액이 적지도 않고 지인과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해서 1-2달 그렇게 수업을 듣고 몇 개월을 쉬게 된 것이다.


이번에 다시 시작할 때에는, 그룹레슨으로 회당 3만 원도 안 되는 착한 가격에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다니는 테니스 학원. 건물 이름은 경제 학교(Moscow Economic School)인데 테니스를 가르침(?)



그룹레슨은 평일 2회 저녁 7시에 있다.

야근이 많은 나로서는 이 시간을 맞추는 게 너무 힘든데, 이번 달에는 무두절이 많았던지라 6회를 망설임 없이 끊어버렸다. 눈치 안 보고 업무량 조절해서 어떤 날은 일찍 퇴근할 수 있으니 "다른 날 야근하더라도 이틀만은 내 꼭 테니스에 가겠다"는 일념하에! 학원비 파워결제.


탈의실에서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 소지품을 넣고 나온다


가면 4-6명 정도 같이 수업을 듣는데, 대부분이 회사에서 호닥닥 퇴근하고 나온 것 같은 여자 직장인 분들이시다.


2:1 선생님보다 좀 어린 코치님이 계신다. 거의 뭐 나랑 10살 정도는 차이 나보이는 선생님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코칭도 수줍게 하셨다. 2:1 때보다는 확실히 포즈에 대한 상세한 지도가 부족하긴 했다. 테니스를 시작한다면 1:1 혹은 2:1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깔끔한 시설. 라켓도 빌려주기 때문에 운동복과 운동화만 챙겨서 가면 된다. 목마르면 물병도!


영상에서 본 스파르타 교육 방식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 취미 클래스답게 부담 없이 진행된다. 처음에 가면 코트를 1-3바퀴 가볍게 뛰게 한다. 그리고 위아래로 공 튕기는 동작을 반복시킨다. 나머지 주 레슨시간 동안은 포핸드 백핸드를 줄 서서 치게끔 공을 던져주시고, 서브 연습을 반복적으로 시켜주신다.


오늘은 치고서 공을 주울 때 '저 이렇게 치면 되는 거 맞아요?' 하고 물어보니 '공을 너무 앞쪽에서 치시는 것 같아요. 몸 쪽에서 팔을 이렇게 해서 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하고 피드백을 주셨다. 아무래도 유튜브를 통해 상상 자세 교정(?)을 하고 다음 주에 선보이고 난 다음, 또 피드백을 받아보아야겠다.


공을 칠 때는 선생님께서 칭찬을 수줍게 "하라쇼" (굿)라고 해주시는데, 그 작은 칭찬 목소리에 재미가 붙어서 자신 있게 팍팍 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왔다.


역시 적당한 땀 흘림과 운동은 정신건강에도 좋다.


다음 클래스 3:1 교습 반 분들이 인증샷 먼저 찍고 수업 들어가시는 모습 ㅋㅋ 나도 친구와 함께 들었으면 자신 있게 인증샷도 찍고 하는 건데! 혼자일 땐 이런 게 좀 아쉽다.


다음 클래스 분들 잘 치시는 거 보면, 나도 언제쯤 저렇게 멋들어지게 칠 수 있을까 싶은데 테니스는 장기간 해야 잘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하니 차분한 마음으로 계속해보아야겠다.


막상 해본 러시아에서 배우는 테니스 강습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여느 사람들처럼 퇴근 후 취미를 즐기러 온 사람들에 섞여 나도 초보 티 팍팍 내며 그저 맘 편히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마 본격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은 또 다르겠지만!)


(좌) 테니스 코트 (우) 학원에 걸려져있는 소련 풍 사진들. "챔피언이 될거에요!"라고 써져있다.


아직 우리나라만큼은 아니더라도, 러시아에서도 직장인 취미로 테니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만약 내가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그만한 돈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그 공이 뽁뽁 나오는 기계가 있는 그 무인 실내 테니스? 를 들여오고 싶다. 아마 잘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1호 단골 고객이 될 것이니까..?)



집에 오는 길엔 항상 공유 전동스쿠터를 타고 집에 온다.


걸으면 30분인 거리인데 스쿠터 타면 10분 만에 올 수 있다. 가격은 1300원 정도. Yandex Taxi 어플로 스쿠터 위치를 보고 예약한 다음 타면 되는데, 항상 학원 근처에 1-2대 정도는 주차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타고 집까지 온다. 집에 오는 길에 공원도 있어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간단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거나 초록초록한 풍경을 보면서 오다 보면 마음도 치유된다.


러시아에서의 평범한 나의 화요일이 그렇게 흘렀다.

무탈히 하루가 흐르면 그저 감사한 요즘.


바지런히 내가 좋아하는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평화로이 한 나의 노력에 엄지를 척!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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