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크리스마스 인 유럽
개선문 전망대에서 내려와 밤거리를 걸어서 마켓을 들러 호텔에 돌아오니 좀 피곤은 하다.
오늘 좀 많이 움직이긴 했지..
몽마르트르에서 구입했던 반짝이는 에펠탑 모형을 창문틀에 올려놓고, 정시가 되면 한동안 반짝이는
진짜 에펠탑을 나란히 보며, 서울에서 떠나오기 전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던 Edith Piaf의 샹송
La Vie En Rose ( 장밋빛 인생 ) , Hymne A L 'amour ( 사랑의 찬가 ) ,
Non, Je Ne Regrette Rien (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를 차례로 들으면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아! 아름다운 밤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고,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이 너무 아쉽기만 하다.
파리에서 듣는 샹송이라.. 어디서 들은들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피곤해도 오늘 밤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파리를 떠나기 전 우리가 하기로 정한 일은 가족과 지인분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것이었다. 파리 우체국의 소인이 찍힌 크리스마스 카드를 서울에서 받아보는
기분은 어떨까? 내가 직접 받아보지 않아도 분명 특별한 일이 될 것이다.
낮에 몽마르트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구입했던 팝업카드에 이제 이 밤의 ,
파리의 감성을 듬뿍 담아서 한 글자씩 적어보리..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한자, 한자 카드를 적어보았던 게 언제였던가?
너무나 피곤했던 나머지 급기야 나중에는 형 양이나 나나 카드에 무슨 말을 적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비몽사몽 간 설사, 카드에 헛소리를 적었대도 모두 용서되는 Mission Clear 다.
피곤했던 만큼 단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늘 저녁에는 리옹역에서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떠나야 하기에..
호텔을 나서기 전 짐을 모두 정리해서 맡기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야 한다.
조식 타임, 다시 그 모녀를 만났다.
" 어제 별일 없었어요? 잘 다녔어요? "
" 있었죠.. 몽마르트르에서 흑형들한테 잡혀서는.. 친구가 구해줘서 겨우 벗어났었어요..
별일 없이 잘 다니셨나요?"
" 우린 지하철에 타자마자 핸드폰 도둑맞았어요.. 사진도 다 날아가고... 핸드폰에 연락처들 기억도 못하는데..
오로지 딸내미 핸드폰으로만 사진 찍고 연락이 가능해요.. 순간 집에 갈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호텔에 일찍
들어와서 잠만 잤어요.. "
" 어머.. 어머.. 어떻게 해요.. 소매치기가 많다더니 정말 지하철에서 조심해야겠어요.. " 등등...
전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고, 통성명까지 한 후 ( 실제로 우리보다 1살이 많았던 신아 언니 ) ,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그녀들은 우리보다 먼저 이탈리아로 떠난다고 했다.
호텔을 나서기 전에 호텔에서 가까운 우체국을 검색해 보았는데, 정작 검색했던 곳은 아니고
다른 곳을 찾아가다가 만나게 된 Odeon 역과 가까웠던 우체국 ( La Poste )으로 들어갔다.
매력적으로 생긴 까무잡잡한 젊은 여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카드를 한국으로 부치고 싶다고 했더니,
우표 자동판매기의 화면을 작동해서 카드의 무게를 재고는 각각의 카드에 붙일 수 있는 우표를 뽑아 주었고, 그 이후로도 우리는 풀을 달라, 테이프를 달라 우체국 직원을 좀 귀찮게 하고는 카드봉투를 단단히 봉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우체통에 넣을 수 있었다.
한국이 빨간 우체통이라면, 파리는 노란 우체통이다. 노란 우체통도 나름 예쁘다..
연말이라 꼭 크리스마스에 도착이 되지 않더라도. 제발 제발.. 우리가 다시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집에 도착해있어라!!!
내가 집에 있을 때 이 카드가 도착하는 건 쑥스러운 일이 될 테니까..
그런 우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카드는 우리가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 며칠 후 도착했다!
안녕.. 파리... 내 인생의 절반쯤에 한 페이지로 남을 아름다운 기억들.. 떠남과 동시에 그리워지겠지만
그리움이 넘칠 때쯤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