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크리스마스 인 유럽
음냐.. 음냐.. 알럽 파리를 맘속으로 외치며 잠들었다가 깬 다음날..
날씨가 흐리다.. 흐린데.. 왜 이렇게 몸은 가뿐해?!
그래도 요즘에는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친구들은 얘기하지만, 걷는 것에는 젬병인 내가..
파리 시내를 그리 뺑뺑이 돌고 오늘 아침 몸이 가뿐하다 느낀다는 사실은...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힘인 것 같다.
아침 조식 타임..
파리에 도착하던 날, 리무진에서 내리면서 한마디 말을 건네었던 한국인 여자 여행객과 어린 소녀 여행객을 식당에서 보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둘은 모녀관계.. 엄마는 우리 또래로 보였고, 소녀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보였다. 얼핏, 호텔 CHECK IN을 할 때 우리와 같은 여행사의 로고를 보았기에..
우리가 호텔 예약 건으로 고생했던 일을 떠올리며 같은 여행사의 같은 담당자인지, 이런 일도 있었다는
일종의 정보공유 차원에서 오지랖을 핑계로 말을 건네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 말을 나누어보니 더 친근감이 드는 인상에 활발한 느낌이었다.
" 어머.. 어머.. 그런 일이.. 엄청 당황했겠어요~ 같은 여행사 이긴 한데, 담당자는 OOO.. 이 담당자는
괜찮았는데.. "
서로 누구와 여행을 왔는지, 오늘은 어디로 움직일 건지 등등을 더 얘기 나누고는 헤어졌다.
파리를 무척이나 동경했던 형 양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지난 6월경 내가 파리를 방문했을 당시
내심 먼저 이곳을 온다는 것이 배신 때리는 것 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 이건 워밍업이야.. 다음에 형 양과 함께 왔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온 내가 잘 이끌기 위한
사전답사야..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형양은 너무나 활발히, 척척 모든 걸 잘 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체짱의 면모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하였다. 유서 깊은 장소이기에 지나칠 수 없는 곳..
지난 방문 시 성당의 꼭대기에 오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꼭 오르리라..
아름다운 노트르담 대성당. 성당 안에는 노트르담 대성당 850주년 기념으로, 지난번에는 보지 못했던 평화의 메시지를 적어서 넣는 박스가 보였다.
" 전쟁 없는 세계가 되기를..
우리나라도 어서 빨리 평화통일이 되어서 우리나라에서 기차 타고 유럽여행 오리라~! " 가 나의 메시지..
여행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한 명분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형 양도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다..
850주년이 되는 해라고, 성당 안에는 못 보던 것이 또 있었는데, 850주년 기념주화 판매기..
어디 가서 이런 거 뽑고 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무슨 바람인지 그러고 싶었다.
반드시 동전으로만 뽑을 수 있었기에, 가방을 탈탈 털어도 동전이 없어,
일부러 생수까지 사서 동전을 만들어 기념주화를 뽑아보았다.
기념주화를 뽑아 지갑 깊숙한 곳에 넣어 놓고 나니 왠지 뿌듯하다.. 뭐지? 이 기분..^^
이제.. 성당의 꼭대기로 향해본다.
달팽이관 같은 좁은 계단을 돌고 돌아.. 올라가는데, 저질체력으로 뒤쳐진 나를 형양은 계단 위쪽에서
기다려주기도 하고, 앞서게도 해준다.
마침내 도착한, 성당의 꼭대기..
흐린 날씨 이긴 하지만, 멀리에 우뚝 서있는 에펠이 도 보이고, 시원하다..
자.. 이제는 다시 내려가, 성당의 뒤쪽을 돌아 강 건너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으로 향한다.
이곳도 역시 꼭 한 번쯤 들러줘야 하는 곳..
서점 이름 마저도, 예술적인 오래된 고(古) 서점..
무려 1919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실제로 서점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분위기 있는 장소이다.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7년간의 시간을 보냈을 때, 서점의 주인이 가난했던
헤밍웨이에게 무료로 책을 빌려주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당시 서점의 주인은
사람을 알아보는 대단한 안목을 지녔던 모양이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이곳을 찾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그 옛날로부터, 이곳을 거쳐간 많은 이들의 손때 묻은 책들과 그 책에 묻은 먼지 한 톨마저도 역사가
되어버리는 멋들어진 장소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이곳을 다녀가며, 좀 아쉬웠던 일이 있었는데, 메시지를 남기고 오지 못한 일이었다.
이번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
그런데 가방 속에는 변변한 종이 쪼가리 하나 없어서 주머니 속에 영수증을 꺼내었다.
영수증 뒤편에 뭐든지 적으라고 형 양을 종용하고는 지갑 속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라고 형 양에게 얘기했다.
형양은 센스 있게 형광펜으로 에펠탑을 빠르게 그려 넣고는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써넣었다.
너랑 나랑 벌써 23년째니? 헐~ 종이 속 숫자가 40.. 50.. 이 될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