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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록 Mar 23. 2021

몽골 어땠어?

가장 힘들었던, 그래도 다시 가고 싶은.





 '몽골 어땠어?'라는 질문만 적어도 스무 번은 들은 것 같다. 몽골이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지 얼추 2년은 더 지난 것 같았지만, 아직 가 본 사람보다는 안 가본 사람이 많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몽골이라는 여행지가 막연한 낯섦과 두려움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몽골이라.. 힘들었지.


 대번에 좋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다. 좋았다는 평가를 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일지 생각해보았다. 여행의 시간 전체를 10이라고 본다면 8 정도 좋았다면 그것은 좋은 것일까? 아니면 모든 순간이 좋았어야 좋은 것일까?


힘들었는데, 그래도 좋았어.


 인생이 행복했다고 돌아보는 사람들도 인생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진 않았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우리네 삶은 일주일에 5 일은 힘들고 고생이다. 그러나 그 짧은 주말 덕분에 우리는 다시 충전하고 살만하다고 말한다. 몽골도 그러했다. 시간의 총량을 10이라고 봤을 때, 좋았던 시간은 고작 1~2 정도였다. 하루 웬 종일을 차만 탔었으니까. 잠자리도 불편했고, 벌레도 많았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고생을 하다가도 해 질 녘 무렵에 도착한 목적지에서 절경을 맞이하면 그 힘들었던 시간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것이 몽골의 좋음이었다.


모든 순간이 절경이었다.


 보통 내 또래 아이들이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면 유럽이나 동아시아, 미주 등의 선진국들이나, 동남아와 태평양 쪽 휴양지이다. 공항에 도착하고서부터 설레고 신나는 여행. 거리에서 마주치는 건물 하나하나, 음식 하나하나, 관광지까지도 전부 눈이 부시고 아름다운 곳. 숙소도 깔끔하고 쾌적하며, 음식마저도 환상인 곳들. 무릇 여행이란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좋은 여행과 안 좋은 여행을 나누는 기준이 안 좋은 추억이 있느냐, 없느냐 였으니까. 10중에 1이라도 좋지 않으면 그 여행은 최악의 여행이 되는 것이 보통의 여행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간사했다. 평소에 잘해주던 사람이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등을 돌려버리지만, 평소에 잘해주지 않던 사람이 한 번만 잘해주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었다. 몽골이 딱 그런 곳이었다. 1부터 9까지 계속 나를 괴롭히다가도 내가 지쳐 돌아설 때쯤 한 번의 감동을 주었다. 그러면 나는 그 한 번에 속아 몽골에 다시 빠져들었다. 이렇게 보니까 나쁜 남자 같네.     


끝없이 펼쳐진 몽골.


 나는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여행지도 그렇다. 내 방 한쪽 벽에는 큰 세계지도가 한 장 붙여있다. 몇몇의 포인트에 폭신한 토끼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데, 내가 지금까지 여행한 곳들이었다. 처음으로 미국, 그다음으로 유럽, 또 유럽, 일본, 또 유럽, 대만, 또 일본, 끝이 없이 일본. 말 그대로 착한 여행지, 선진국만 다녔다. 치안에 큰 문제가 없고, 깔끔하고 맛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무릇 여행가란 베어 그릴스나 김병만 같은 탐험가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자주 다니고, 여행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지만 탐험가가 아닌 그냥 관광객. 그런 측면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 풀지 못한 욕구들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오지를 가야 해.


 아프리카, 남미, 몽골. 이 세 여행지는 내 기준, 오지였다. 힘들 것 같지만 궁금하고 누군가는 다녀왔지만, 내 주변 사람은 가보지 못한.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던 등산가들의 말처럼, 저 세 곳은 나에게 거기 있기에 가야 한다는 곳들이었다. 20대의 나의 여행이 편하고, 멋있고, 친절한 착한 여행들이었다면, 더 나이가 먹기 전에, 이제 서른 살이 되었으니, 꼭 가고 싶었던 그곳들을 이제 시작해보자라는 게 나의 몽골 여행의 시작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왜 아프리카도 아니고, 남미도 아니고, 몽골이야?라고 묻는다면, 그 이유를 이제부터 차차 말해주려고 한다. 물론 가장 가깝고 저렴한 것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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