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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록 Nov 22. 2021

혹시 여기 한국인가요?

한국과 매우 친한 몽골





 이미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경제 규모 10위권의 강대국이지만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BTS와 블랙핑크 덕분에 지금은 조금 더 유명 해졌겠지만, 생각보다 대한민국을 잘 아는 외국인들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외국에서 발견했던 한국은 주로 삼성 스마트폰이나, LG 텔레비전 정도였다. 정말 가아끔 현대기아차가 외국에서 굴러다니곤 했다. 쓸데없이 외국만 나가면 애국심이 생기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한국에 대한 것이 나오면 눈길이 가고 발길이 간다. 몽골도 그러했다.


나이스 투 씨유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같은 아시아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은 몽골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편의점이었다. 한중일 같은 동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서는 세계 어디를 가도 24시간 편의점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편의점 공화국 일본과 한국은 언제 어디서나 편의점을 통해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참 살기 좋은 곳이다. 몽골도 그런 동아시아를 닮아가려 하려는지 편의점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 브랜드가 놀라웠다. 일본의 로손도 아니고, 세븐일레븐도 아닌, 한국의 씨유였다. 한때 씨유에 대해서 취업준비를 했던 터라 약간의 로열티 아닌 로열티가 있기도 하지만, 몽골에서 씨유를 만나니 꽤나 반가웠다. 그런데 몽골을 쭉 둘러보니 편의점은 씨유가 거의 유일했다. 간판도 매장 인테리어도 한국의 것과 똑같았다. 다만 내부 진열된 상품은 한국과 일본을 많이 섞어 놓았다. 몽골에서는 일본의 상품들도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나이스 투 씨유~ 옆에 킹스 크로스가 있네..?


 생각해보면 몽골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한국을 만났다. 칭기즈칸 공항의 입국장에 들어서면 공항 입구 쪽에 카페가 하나 있는데 바로 탐앤탐스였다. 너무 익숙한 간판이라 보자마자 알아챘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역시나 LG 텔레비전.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날에 울란바타르에 도착해서 쇼핑을 위해 국영백화점을 갔었다. 한창 쇼핑을 마치고 짐들을 짊어지고 커피 한 잔 하자며 들어간 곳이 바로 카페베네였다. 국내에서 한 때 이름 날렸던 카페베네. 지금은 거의 맥을 못 추고 있지만, 몽골에 자리하고 있었다. 몽골에서도 그 특유의 디자인과 가구는 그대로였다.


여기가... 김포 공항인가요?


휘데?
3만 5천 원이요.


 한국인 여행객이 많은 것이 먼저였는지, 한국을 수입한 게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몽골은 한국인 여행객이 정말 많았고, 그렇기에 많은 몽골인들은 한국어를 조금씩 할 줄 알았다. 우리를 가이드해주는 난딘이라는 친구는 한양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를 아주 잘했다. 그런 난딘의 친구였던 옆팀의 가이드는 한국말로 유창하게 욕설을 섞으며 대화하는 수준이었다. 관광지에 가도 젊은 사람들은 한국어를 종종 알아들었다. 바얀작에서 관광을 마치고 기념품을 사러 가자 소녀들이 와서 자리를 지켰었다. 나는 여행을 가면 그 나라 말을 배우고 싶어 하는 편이라 난딘에게 몽골어를 물었다. 가격을 묻는 말은 '휘데'였다. 소녀에게 '휘데?'라고 말하자 소녀는 우리말로 '3만 5천 원이요'라고 답했다. 뭔가 이상한 대화였다.


몽골에도 장그래가 왔다 갔구나


서울시 로고가 분명하다

 몽골은 한국에서 많은 것을 수입하는 것 같았다. 미생에서 장그래가 중고차를 요르단에 판매했던 것처럼 몽골에는 많은 한국의 중고품들이 있었다. 첫날에 아이들과 거리에 나서며 깜짝 놀랐던 것은, 거리의 가로등에 서울시 로고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든 생각은 그것이 디자인을 따라한 것이 아닐까 였다. 아니 중고차나 전자기기 같은 경우에는 중고로 들인다고 하더라도, 가로등을 중고로 들이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했다. 그걸 가져다 팔 생각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몽골을 일주일간 여행하며 느낀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였다. 몽골과 한국은 정말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마지막 날에 올라 탄 버스였다. 일주일 내내 잘 달리던 푸르공이 결국 퍼져버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은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았는데 너무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버스가 비슷한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유럽 버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차 벽에 한글로 된 스티커들이 붙여져 있었다. 한국에서 온 버스였다! 서울에서 달렸었는지, 부산에서 달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한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버스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서 팔려가는 중고 버스들은 한글이 남아 있으면 오히려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류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몽골에 대한 기억이 더 좋게 남은 건, 아무래도 이러한 친근함이 많이 느껴져서였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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