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은 차 안에서 이루어진다.
몽골에 가기 전에 많이 걱정했던 것은 잠자리도 아니고, 음식도 아니고, 바로 이동이었다. 처음 여행사로부터 여행 일정표를 받았을 때, 나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시간이 최소 4시간에서 많게는 7시간까지, 길어도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닌 매일매일,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코스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하려는 것이 과연 이동인가, 여행인가 싶었다. 막말로 아침에 일어나서 차에 타고는 점심 먹는 시간 빼고 관광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리 차만 타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허리가 좋지 않은 나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 불편한 자세로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그 하루는 잘 때까지 계속 허리가 아프기 때문이었다. 좁디좁은 차 안에서 여섯 명이 부대끼며 7시간을 달리기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스타렉스와 푸르공
그래서 우리는 차를 오래 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일단 여행 상품을 결정할 때 어떤 차를 탈 것인지부터 결정을 해야 했다. 몽골 여행에서 차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스타렉스'와 '푸르공'이었다. 비유하자면 '갤럭시'와 '아이폰' 같달까. 스타렉스는 워낙에 유명한 국산차라서 다 알 것이다. 맞다, 바로 그 스타렉스다. 스타렉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에어컨이라고 했다. 몽골은 모래바람이 심하기 때문에 창문을 쉬이 열 수가 없는데, 낮에는 매우 덥기 때문에 에어컨이 있으면 이동이 한결 쾌적하다고 했다. 다만 단점으로는 차가 힘에 부쳐서 언덕 같은 지형에서 애를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 뭔가 멋이 안 난달까.
반면에 푸르공은 에어컨이 일단 없고(!), 더우면 창문을 굳이 열고 모래바람을 직격으로 맞으며 달려야 했다. 러시아산이라는 이 차는 수납공간도 꽤 넓고 귀엽고 강하게 생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푸르공을 타본다라는 것 때문에 푸르공을 택하곤 했다. 그리고 사진 찍을 때 매우 멋있다. 딱 봐도 아이폰 같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예쁜.
사실 나는 비염이 있는 사람으로서 에어컨을 매우 싫어한다. 한여름에도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를 틀고 사는 사람으로서 기왕이면 에어컨이 없는 푸르공을 택했으면 했다. 그러나 여성분들도 많고, 남성분들도 더위를 많이 타는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실제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사진이었다. 아이들은 멋들어진 사진을 찍기 위해 푸르공을 택했다. 아이폰 의문의 1승.
블루투스 스피커, 목베개.
이거 없으면 힘들어요.
차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 물건을 꼽으라면 바로 목베개와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좁은 자리에서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스르르 잠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옆 사람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 행위는 유혈사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머리를 지탱해줄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나는 평소에 목베개를 전혀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큰 맘먹고 비싼 걸 장만했다. 더운 날 목에 차고 있으면 땀이 많이 찰 것 같아서 빨래가 용이한 놈으로 골랐지만, 막상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지는 않았다. 목베개가 없다고 해서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유리창에 머리를 찧거나, 고개가 젖히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블루투스 스피커는 크루에서 두 명쯤이 들고 왔다. 한국인이 또 노래가 빠지면 섭섭한 민족이라 이동시간의 80% 이상을 노래와 함께 했다. 이동을 하는 중에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노래가 없으면 그냥 잠을 자는 것이었다. 차가 워낙에 많이 흔들리는 탓에 무엇을 보거나 할 수 없고, 데이터도 안 터지기 때문에 핸드폰도 무용지물이었다. 결국엔 창 밖을 바라보며 사색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것뿐이었다.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내려면 끝내주는 디제이와 빵빵한 스피커가 필요했다. 우리 중에서는 노래를 받아 온 사람이 나와 HS 뿐이었는데, HS의 노래는 외국 락이 주류를 이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만 콕 찍어서 다운을 받아갔다. 힙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주로 인디밴드 중심이었고, 아이돌 노래들과 90년대 노래들, 일부 신나는 댄스 음악들을 준비해 갔다. 디제이로서 소질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노래가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호응을 해주며 즐거워했다. 흥을 돋울 때는 힙합이나 댄스 음악으로, 지치고 노곤할 때는 감성 돋는 노래를 틀었다. 아이들이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도 들을 수 없을 때는 조금 아쉬웠다. 가져 간 노래가 약 600곡이었는데, 1000곡 정도가 된다면 충분할 것 같았다. 물론 장르와 가수를 적절히 조합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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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오오오오오오오프로드입니다.
이동시간이 긴 것도 문제였지만, 도로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도 문제였다. 몽골은 아직 전국적인 도로망을 갖추지 못한 국가였다.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 거점 도시는 포장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지방 소도시로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했다. 더군다나 그 비포장 도로라는 것이 그냥 한국의 시골길 같은 스타일이 아니라 군데군데 물길이 파여 있는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그런 길들을 지나고 있노라면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차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켰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앞으로는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지고 측면으로는 계속 똑같은 그림의 산맥만이 보였다. 이정표도 도로도 없는 곳을 기사님은 잘도 찾아가셨다. 자주 가 본 길이기 때문에 감으로 찾아간다는 기사님의 말은 고수의 기운을 느끼게 했다. 때로는 도로가 있는 길이라도 지름길로 빠르게 가기 위해 길 도 없는 초원 한가운데로 냅다 달리기도 했는데, 신기하게도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했다.
몽골을 여행하는 일주일 동안 이동거리만 약 2천 킬로미터. 광주에서 서울을 세 번 왕복하는 거리였다. 체감상 거리보다 상당히 적었는데, 그 이유는 비포장 도로가 거의 70% 였기 때문이었다. 자 상상해보자. 광주에서 서울을 비포장 도로로 2번 왕복한다고. 그것도 편한 승용차가 아닌 꿀렁거리는 올드한 승합차로. 여정이 끝날 즈음이면 엉덩이가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전부 씻어내는 곳이 바로 몽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