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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인 Feb 06. 2024

시간은 금이다?

다섯 번째 반항

분초사회

책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꼽은 올해 첫 번째 키워드는 '분초사회'였다.

분초사회는 희소자원이 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분과 초 단위로 생활하는 사회를 뜻한다.

분초사회에서 우리는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유튜브로 요약 영상을 찾아본 뒤 드라마를 볼지 말지 결정한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의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삶이 절대적으로 바빠졌기 때문이 아니다. 시간을 들여 경험할 게 많아지고 그걸 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유명한 여행지, 맛집, 핫플레이스는 넘쳐나고 다양한 OTT 플랫폼에선 하루에도 몇 십 개씩 '띵작'이 쏟아져 나온다. 웨이팅이 기본 2시간인 핫한 카페를 가고 주말 안에 핫한 드라마를 몰아보기 위해선 1분 1초를 분주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건 엄청난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고 우리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지금, 우리에게 시간은 금보다 귀하다.


잠은 죽어서 자라


이런 '시간지상주의'는 "잠은 죽어서 자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부터 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선 잠을 줄여가며 돈을 벌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외쳤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가치 있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구분한다는 거다.


예전엔 성공, 그러니까 부를 키우는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은 모두 가치 없다고 여겼다.

심지어 사람이 건강히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잠자는 시간마저 '가치 없는 것' 취급을 받으며 잠은 죽어서 자라는 폭력적인 말이 아무렇지 않게 전해졌다.


지금은 재밌지 않은 시간은 모두 가치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경험을 위한 시간만 중요해지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자기 계발, 남들이 좋다고 하는 핫플레이스, 남들이 재밌다고 하는 콘텐츠를 위한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에게 내줄 분초는 없다.



심심함의 미덕

요즘 내가 이렇게 심심한 걸 못 참는 사람이었나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5분이 지루해서 유튜브 숏츠를 보고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3분을 못 참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새로고침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죽이는 걸 참을 수 없게 된 거다. 그걸 깨달을 때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심심함을 못 참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보인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우리는 심심함을 잃고 집중력을 도둑맞았다 말한다.

심심한 시간이 바로 깊이를 가질 시간인데 현대인은 그걸 잃어버린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인간의 집중력이 8초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금붕어의 집중력보다 짧은 시간이다.


금붕어보다 짧은 집중력,

이게 바로 심심함을 잃은 대가이다. 


다시 우리가 깊게 생각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을 보느라 놓친 풍경을 보기 위해선,

바쁘게 사느라 놓친 대화를 하기 위해선

재밌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심심함이 필요하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소중하다.

하지만,

이런 금과 같은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은 바쁘게 사는 게 아니다.

1분 1초를 재밌게 사는 게 아니다.


그건 지나가는 시간을 나의 생각을 통해서 왜곡 없이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다.

재미없는 시간, 쓸데없는 시간, 가치 없는 시간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이젠 심심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쓰이기를, 삶의 여백을 위해 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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