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세인 Jan 30. 2024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네 번째 반항

훌륭한 사람

"커서 어른되면 훌륭한 사람 되어라~"

너무 많이 듣고 말해서 이제 헐어버린 말.

나도 별 뜻 없이 들어왔던 말인데 알게 모르게 그 언어가 내 안에 쌓여 이상하게 날 옥죄어왔다.

'훌륭'이라는 게 참 주관적이어서 뭘 해야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일단, 남들이 '훌륭하다'라고 하는 일을 해내기 위해 열심히 살긴 했는데..

아직 내가 훌륭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 내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 그때 그 어른들은 훌륭한 사람이 뭐라고 생각했을까.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적당히 사회적인 명예도 가진 그런 사람?

아니면 위인전에 나올 만큼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

 


훌륭하지 않은 사람

'BTS, 봉준호, 손흥민, 제이팍 Let's go'로 시작한

 월클라인 밈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oo대 Let's go

삼성 엘지 현대.. oo Let's go

등등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기준이 얼마나 높은 지 보여줬다.

동시에 그 틈에 낄 수 없는,

훌륭함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어렸을 땐 나도 마냥 훌륭한 사람이 되겠지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평균의 내 모습에 익숙해지고 어릴 땐 그토록 싫어했던 평범함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날 발견한다.


지금 난 저 월클라인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어쩌면 평생 그럴 수 있다.

어쩌면 평생 그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을 수 있다.


No more 훌륭

훌륭하다: 썩 좋아서 나무랄 곳이 없다.

거창한 '훌륭하다'의 사전적 뜻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훌륭한 사람은 사전적으로 썩 좋아서 나무랄 곳이 없는 사람인 거다.

이 단어는 판단을 내릴 주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썩 좋아서 나무랄 곳이 없다고 판단할 사람을 누구로두냐에 따라 아무도 훌륭해질 수 없거나

우리는 모두 훌륭해질 수 있다.


판단의 주체를 타인에게 두면 우린 평생 훌륭해질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훌륭해질 수 없다.

유재석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마당에 이 세상에 타인에게 완전무결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또 내가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얼마나 나를 숨기고 질책해야 할까?


판단의 주체를 나로 옮기자. 그럼 모든 게 단순해진다.

적어도 나한텐 내가 나무랄 데 없어. 이 정도면 썩 좋아

이 한 문장이면 우린 걱정 없이 아무나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훌륭해질 수 있다.


아무나 돼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어린이에게 이효리가 한 말이다.

나한테 한 말은 아니지만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소위 훌륭하다고 불리는 어떤 원대한 꿈은 잠깐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그게 평생의 목표가 되면 현실에 만족하는 게 어려워진다. 심지어, 내가 아닌 사람에게 듣는 '훌륭해지라'는 말은 훌륭함을 향해 눈먼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냥 우리 아무나 되자.

청개구리 같이 이 말을 들으면 오히려 부담감 없이 뭔가를 해내고 싶어 진다.

우리 모두 훌륭하지만 훌륭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러니 훌륭해지려 애쓰지 말자.


효리 언니가 말했지 않나.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이전 03화 대학이 인생을 결정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