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0
코코는 퇴원 일주일 만에 수혈을 받았다. 다른 개의 피까지 받아야 했던 내 강아지. 지치고 기력 없는 눈빛을 볼 때마다 이 모든 것이 사람 욕심일까 싶어서 마음이 혼란스럽다. 그러다가도 한 번 밥 잘 먹으면 이번 고비도 또 한 차례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희망이 마음 속에 피어 올랐고, 그러다가도 또 축 처져 떨고 있는 작은 몸뚱이를 보면 이미 다 한 생을 버티고 버티는 것이 아닌가 싶어 괴롭다.
강아지가 떠날 때, 먼저 가서 기다리다가 나중에 만나자고 약속하면 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한 가족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면 반문하지 않을까 싶다. 그 말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고. 대체 언제가 되어서야 겨우 다시 만난다고. 그날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때까지 수십 년을 너나 나나 서로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다 무사히 잘 만날 수 있을까.
내 인생에 끼어든 첫, 그리고 마지막일지 모를 생명체. 작은 몸과 그 온기와 촉감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코코가 아픈지 한달 만에 벌써부터 앞서 그립다. 만질 수 없게 되면 내가 살 수 있을까, 이래 놓고도 야속할 만치 잘 살고 말겠지, 나는. 이런 생각과 함께 말이다. 망각이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라는데, 그 편리함이 참 가증스럽게 느껴진다. 저 작은 생명은 저렇게 낑낑 대며 버티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