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에서 벗어나기
나는 프로 자기연민러이다.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것 같은 순간을, 꽤 자주 마주한다.
그런 내가 난임 당사자가 되고, 시술을 받게 되니
나 자신이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인데도,
그 모든 과정이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남편의 몸은 온전한데,
내 몸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출구 없는 화가 끝도 없이 밀려왔다.
이럴 땐 '다 과정이야', '곧 잘 될 거야' 같은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자기 연민의 고리를 끊어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내가 발견한 방법은,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난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난임'이라는 키워드로 브런치 글을 검색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처럼 이 길을 글로 기록하는 작가님들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나와 비슷한 상황인 분들이 많았고,
꼭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가 마주한 감정들 -좌절, 정말, 분노, 기대, 희망-
그 감정의 카테고리 안에 함께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길이 혼자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남들과 나를 비교해 정신승리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걷는 이 길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온 길이며
지금도 걷고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나만 이런가'라는 부당한 자기 연민의 논리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나의 이야기 또한,
자기 연민이라는 부당한 아픔 속에서 길을 잃은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출구 하나가 되어줄 수 있기를,
오늘도 그렇게,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