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 겨자씨 한 알 심을 정도의 부피

by 스크류바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 양귀자, 『모순』 중


애석하게도, 인생의 깊이는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건 언제나 고통으로부터 온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고통을 내가 해석해 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냈을 때에야

비로소 내 삶의 깊이는 조금씩 더 깊어지고, 부피는 조금씩 더 넓어진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이게 고통이겠냐' 싶을지 몰라도,

인생의 깊이가 한없이 낮은 나에게는

이마저도 분명한 삶의 위기이고, 아픈 고통이다.


그러니 나는 안다.

고통이 내 삶의 깊이를 만든다는 것을.

그 고통이 나를 멈춰 서게 하고,

생각하게 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영원 속의 찰나를 붙잡게 한다는 것을


그래서 언젠가,

겨자씨 한 알 심을 수 있을 만큼의 깊이와 부피를 가진 삶이 되기를


그래서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상처투성이로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잔뜩 지쳐 웅크린 어깨로 이 길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상한 마음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그런 인생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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