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과유불급,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하는 것은 같다"
두 번째 과배란 결과를 듣고 떠오른 사자성어였다.
첫 번째 과배란 시도에서는 약만 복용했음에도 4개의 난자를 확인했다.
비록 자연임신에는 실패했지만, 결과 만큼은 위로가 됐다.
그런데, 자가 주사까지 놓으며 시도했던 두 번째 과배란에서는 단 하나의 난자만 생성되었다.
처음 놓아보는 주사라 전날엔 악몽까지 꿨지만, 막상 결과를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덤덤했다.
오히려 화가 난 쪽은 남편이었다.
과배란 약을 먹고 주사를 놓으며 괴로워하는 나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남편은,
인풋과 아웃풋이 명확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배란 결과에 대상 없는 화가 마음에 쌓였다.
난임의 과정을 겪다 보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순간'들을 수없이 마주하게 된다.
몸의 순환을 돕겠다고 매일 요가를 하고,
뜸을 뜨고, 이노시톨도 먹고 흑염소즙까지 마셨지만
그 결과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때와 같을 때가 있다, 아니 오히려 못할때도 있다.
그럴때면 노자의 도가사상-무위이치(無爲而治)-이 마음을 스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다스린다는 그 철학이,
도리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더 맞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은 늘 나를 다시 붙든다.
하지만 가만히 마음을 다잡고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더 나은 몸 상태를 만드는 것 뿐,
하지만 그것조차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난임의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왜냐하면 세상은 본래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몸으로 내재화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껏 내 의지 안에서 살아왔던 것처럼 느껴졌던 삶은
결국 괜찮은 환경에서 보호받았고, 누군가의 희생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 조건 속에 있었기에, 노력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노력한 만큼 되지 않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시기는,
억울하고 분한 시간이 아니라,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시간이다.
문득,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연임신을 한다는 사실에
울컥하고, 억울하고, 자기연민이 치솟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원래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