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릇은 간장종지
올해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또 한 번 들려온 지인의 임신 소식.
"이음이네는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
곧 둘째 출산이라서..."
머리로는 안다.
누구도 나를 배려해 임신이나 출산 소식을 감추거나,
애써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매일같이 질정을 넣고,
혹시라도 약이 흘러나올까 한 시간씩 누운 채 시간을 보내는 나 자신이
왠지 모르게 처량하게 느껴진다.
벌써 열 번도 넘게 들은 이야기인데도
동일한 씁쓸함이 늘 같은 자리에서 올라온다.
"둘째가 계획에 없었어서... 고민이 많대"
덧붙여 들려온 그 얄궂은 정보 하나가,
겨우 눌러놓았던 내 감정을 다시
소용돌이치게 만든다.
계획에도 없던 둘째가 찾아오는 집,
그리고 계획을 넘어서 몸에 주사를 꽂아가며
기도하고 기다리는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현실
세상의 모든 복을 내게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로또에 당첨되게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 가정에 생명 하나 허락해 달라는 이 기도가
이렇게도 철저히 외면당할만한 기도인가
마음이 요동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한없이 속 좁고,
간장종지만 한 그릇처럼 느껴진다.
언제쯤이면,
이런 소식에도 씁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마음이 이토록 소용돌이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릇이 작다면,
단단해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릇의 크기가 이미 정해진 것이라면,
간장종지라도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져서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는,
견뎌낼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