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하기 힘든 타이밍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내 멋대로 하는 거다.
인라인 스케이트, 홈페이지, 사진, 영상, 그래픽, 캠핑, 음악 따위 같은 것들이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내가 좋아서 한 것들이다.
이런 돈 안 되는 것들이 나중엔 내 특기가 되고 캐릭터가 되었고, 돈이 조금씩 되기도 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은
남이 시키는 일이다.
영어 공부, 업무포탈과 관련한 모든 것, 수업연구대회 도움 주기 따위다.
지금 다른 학년들은 수업 연구하는데 계속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우리 학년에는 수업 연구하시는 분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수업 연구한다고 여러 선생님 모여서 수업 하나를 계속 이야기하면 나는 참 답답고 몸이 비비 꼬이고, 손에 폰이 간다.
이런 내가 아빠, 선생이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내 자녀와 우리 반 아이들이
내가 안 시켜도
지가 하고 싶은 유익한 것들을(내 기준으로... 폰 게임 말고ㅜㅜ)
스스로 했으면 좋겠는데
참 그리 안된다.
선생이 되고 아빠가 되니
시켜야 하는 일들이 많다.
우리 반을 예를 들면 매일 매일 글똥쓰기, 코넬노트 정리하기
매일 매일 글똥쓰기, 코넬노트 정리(사회 시간에)를 하고 있다.
아무리 답글을 달아주고
칭찬도 하고
이리저리 동기 유발을 하려고 하고,
글쓰기를 즐겁게 하게끔 요령을 만들어도
"아 ~! 또 글똥!, 맨날 글똥이다 아~" 하는 소리
글쓰기 싫은 아이들의 투정을 듣노라면 정말이지
딱 "너 고만 써라"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다.
그런데 "너 고만 써라"라고 해버리면
"저도요~ 저도 안 할래요" 할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
왜냐하면 시키는 것을 잘~ 하는 아이들도 많으니깐.
그런 시킨 일을 잘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도 많으니깐.
함부로 선택의 자유를 주면 시킨 일을 잘 하면서 유익함을 얻으며 행복할 아이들이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아닌가???)
아이들마다 각자 다른 기준을 주었으면 좋겠는데
학급에서는 그러면 안된다.(왜 그런지는 생략하겠다.)
만약 "너 고만 써라" 했다가 다시
"너 다시 써라" 하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어떤 기준과 질서가 유지도 어렵지만
무너지면 되잡기 참 어려우니까
쉽사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린 기준과 할 일, 업무, 숙제를 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한다.
하아... 그래서 어렵다.
"아~~~ 또 글똥이가!!!, 코넬노트 진짜 싫네~!!" 하는 녀석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그래서 어렵다.
미안하다.
그런데...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