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늦어서 애들을 보는 날.
2학년 놀이터 죽돌이 아들은 놀이터에서 남자애들끼리 논다.
숙제를 안 했으니 밥 먹으러 저녁 7시에 들어와라~ 했다.
1학년 딸은 아파트 같은 동 쌍둥이 친구네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고 놀고 있다.
밥을 먹었으니 자기는 8시에 집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마~이 컸다.
이래 편한 세월이 올지 어떻게 알았니.
아들 딸이 마~이 컸다.
그런데
나도 많이 컸다. 성장했다.
작년 5월 인디스쿨 여름방학 연수를 한승모 선생님과 기획했다.
아카펠라와 곡 쓰기를 종합하는 2박 3일의 연수였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인디스쿨에서
나 따위가 감히 연수를 하다니 허허 참내~~!! 대박!! 하면서 들떠 있었다.
오 ~ 나 대단한데? 하면서 스스로 축하했다.
그런데 그만큼 불안하고 초조했다.
곡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에서 풀어본 적도 내 생각을 정리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메르스로 결국 연수는 취소되었지만
사실 나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내심 연수가 취소되기를 바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곡 쓰기 연수에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올해 또 인디스쿨 여름방학 연수를 다시 기획한다.
똑같이 한승모 선생님과 함께다.
작년 연수 취소 이후부터
나는 곡 쓰기와 관련한 여러 가지 실험적인 연수와 워크숍을 진행했고
나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겨울방학엔 1박 2일짜리 곡 쓰기 연수를 30여명 선생님을 대상으로 진행했고(그 때도 엄청 긴장 했다.)
올봄에는 2시간짜리 4회기의 곡 쓰기 워크숍을 일반인+선생님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3시간 정도의 곡 쓰기 특강도 잼나게 했다.
또한 꾸준히 곡 쓰기와 관련한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니 작년과 같은 연수에 대한 불안함이 없어졌다.
오히려 이번 연수에서는 어떤 선생님들을 만날까?
어떤 노래들이 나올까? 하는 기대도 된다.
정말 일년 전과는 상상 못할 정도로 많이 컸다. 정말로.
칭찬해줘야지.
박대혀이~ 마~이 컸다.
진짜로.
쓰고 보니 자랑이네.
그래 자랑 좀 하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