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별 한 줌만큼의 위로

<대치동 삽니다>

by 수레 soore

서울에서 별을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데, 이곳은 일말의 희망까지도 잘라버리는 잔인한 곳이었다. 그야말로 아파트 숲이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에는 새벽 두 시까지 문을 여는 독서실이 있었다. 나는 62번 자리에 있었다. 열여섯 살에도, 열일곱 살에도, 열여덟 살에도. 새벽에 독서실을 나서면 보이는 풍경은 늘 똑같았다. 시야를 꽉 막고 있는 아파트들, 그 틈 사이로 잘 보이지도 않는 하늘. 네모난 아파트에게 자리를 내주느라 내 눈에 보이는 하늘은 너무 작았다. 가끔씩 참을 수없이 답답한 날이면 달에게 말을 걸곤 했는데, 그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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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안 되겠다. 아무래도 보고 와야겠어.’


결심한 그날 모험이 시작됐다. 이 텁텁한 아파트를 벗어나 시야에 아무것도 채이지 않는 벌판을 찾아야 하는데, 또 멀리 갈 수는 없었다. 해결해야 할 학원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장소 선정부터 다시 독서실에 오기까지 빠르게 해결해야 했다. 인강용 태블릿에 깔려있는 구글맵을 켜고 공터를 찾았다. 내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간 중 괜찮은 장소를 찾았더니 근처 남고였다.


아파트와 가까운 남고는 학교 주위로 학원가였다. 학원 건물은 아파트보다 키가 작아서 시야에 비치는 게 적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장이 넓었다. 어쩌면 서울에서도 탁 트인 학원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늦은 밤 학교는 외부인을 위해 교문을 열어놓았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운동을 하러 그 커다란 농구장을 가진 학교에 왔다. 여고에 다니던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며 곧장 운동장으로 직진했다. 마치 운동을 하러 왔다는 듯 과장된 손동작과 함께. 운동장 정 중앙에 다다른 순간 눈을 감고 고개를 90도 꺾었다. 미세하게 각도를 조정하고 눈을 떴다. 시야에 다른 건 비치지 않는 하늘, 하늘이었다.




그 정도의 위로가 필요한 거였다. 밤하늘이라는 당연한 위로.


그 하늘을 보러 매일 새벽 남고에 갔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고개를 쳐들고 서있는 이상한 사람이 나였다. 나에겐 딱 그만큼의 위로가 필요했기에.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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