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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레 soore Oct 26. 2020

오로라를 찾아서


“스웨덴으로 간다고? 그럼 오로라 보고 오겠네!”


이제  교환학생에 지원했을 무렵부터 친구들의 단골 질문은 오로라였다.           


오로라의 나라답게,  기숙사동 1 게시판엔 스웨덴 북단에 있는 도시 키루나 Kiruna 투어 광고 포스터가 붙었다.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키루나에 가 온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있는 투어였다. 주위 교환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키루나로 떠나기 시작했다. 같이 가자친구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웃으며 거절했다. 딱히 관심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어 일정과 수업이 겹치는  아주 좋은 핑계였다. 평생  적도 없는데 앞으로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다녀와! 하고 보내  것만 수십 번이었다.  


사람 마음이란 , 주변에서 오로라를 봤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카메라 용량이 터지도록 오로라를 담아왔다. 하얀  위에 초록색 신기루가 요란한 모양을 그리며 떠다녔다. ‘스웨덴까지 왔는데,  언젠가 보겠지. 아님 말고!’ 안일하게 생각한  화근이었다. 오로라를 볼 마지막 기회라는 2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웁살라 오로라 원정대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2 28일은 오로라를 보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웁살라는 세로로 길쭉한 스웨덴에서도 남쪽에 있어 오로라를 보기가 힘든데, 오늘따라 웁살라의 *KP지수가 유난히 높았다. 오로라의 최대 적수인 구름량조차 완벽했다.


사람들을 모았다. 이름하여, 웁살라 오로라 원정대. 우리가  일은 오로라를 보기에 가장 최적이라는  11시까지 기다린  주위에 빛이 많이 없는 공터로  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보면 되는 것이었다. KP지수, 구름, 그리고 오로라 원정대까지 모든  완벽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패딩을 단단히 껴입고 집을 나섰다. 우르르 모여 공터로  질퍽이는 땅을 밟고 들어가 빛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졌다.  무리의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일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렇게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구름으로 뒤덮였다.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났는지 순식간에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였다. 까만 하늘을 물들이는 초록빛은커녕 별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구름의 눈치를 보고 제대로  뜻을 알지도 못하는 KP지수라는  그렇게나 신봉하며 기다렸는데. 이 순간만을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틀렸어, 이제 가자"


조금만  기다려보자. 오늘만큼 KP지수가 높은 날은  없을  알잖아. 오늘을 이렇게 보내기는 너무 아쉽잖아.”


고개를 젖히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기를 십 분째, 구름은 점점 많아져 곧 비를 뿌릴 듯이 험악해져 갔다.


하늘을 보며 눈을 흘겼다.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입꼬리가 내려갔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뿐이었다. 원정대는 곧 흩어져 하나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갔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는 발을  수가 없었다.


한 번 더 애타게 기다려볼까, 그냥 잊어버릴까.      


그것도 아니면, 이곳에 돌아와야 할 핑계로 삼아볼까.  


오로라, 너를 어쩌면 좋을까.





*[KP지수]
오로라 지수라고도 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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