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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레 soore Oct 29. 2020

쓰레기통을 뒤지는 우리는 엘리트!


플록스타 flogsta 6동 2층에 사는 수민 언니는 한국에서 각종 식재료를 한 아름 싸가지고 왔다. 국제학생 개스크 Gasque 때 만나 친해진 언니는 나를 종종 언니네 코리도 공용 주방으로 초대해 한국음식을 만들어줬다.


한국에 두고  사람 그리운지 음식이 그리운지 출처를   없는 그리움에 허덕이던 나날들에 수민 언니의 한국음식은 단비 같았다. 언니의 코리도엔 된장과 김치는 기본,  구하기 어렵다는 초장도 있었다. 언니와 함께 듣는 심리학 수업은 오전 오후에 수업이 연달아있어 도시락을 싸가곤 했는데, 언니는 웁살라에서 도시락으로 멸치볶음을 싸온 유일한 사람이었다.




수민 언니네 코리도에선 늘 요상한 냄새가 났다.     


코리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용 주방 옆에 과일 상자가 쌓여있었다. 사과, 오렌지, 바나나종류도 다양했다. 감자 상자가 있는 날도 있었다. 어느 날은 사과가, 어느 날은 감자가 많았다. 아무나 집어가도 상관없다는  무심히 쌓여있는 과일들은  상처가 나있기도 하고 삐쩍 말라있는 것도 종종 있었지만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어 보였다. 언니네 코리도에 사는 인도 교환학생과 프랑스 대학원생이 자꾸 어디선가 가져온다는데, 언니도 영문을 모르는  같았다.


기숙사 플록스타 flogsta 앞에는 슈퍼마켓 체인점 이카 베스트가 ICA Väst가 있다. 기숙사와 워낙 가깝기도 하고 가끔 식재료들을 아주 싸게 팔아서 우리는 모두 이카를 애용했다. 나는 주로 ‘특별 깜짝 세일’을 하는 사과나 바나나를 집어오곤 했다. 언니의 코리도에서 나던 그 요상한 냄새의 비밀은 이카에 있었다.     


“내가 저번에 말한 프랑스에서 온 대학원생이라는 애 있잖아, 걔가 가져온 과일 상자들이 어디서 난 건지 알아냈어.”      


“어딘데?”     


“이카가 밤 11시에 문을 닫으면 상처 나거나 오래돼서 못 파는 채소 과일들을 그 옆 쓰레기통에 다 버리는데, 그 쓰레기 창고 문을 몰래 열고 들어가서 다 가져온대.”      


“대박. 나도 데려가!”     



셔터를 올려라!


상처  과일 상자의 비밀을 알게  순간부터 나는 11시에 집합하는 그날 밤을 기다렸다. 헤드라이트를 장착한 학생들이 쇼핑백을 들고 쓰레기통을 향해 냅다 뛴다는  ! 군대  동기가 훈련소 수료 기념으로  PX 장갑을 가져온  신의  수였다. 집합 장소에 가니 벌써 열댓 명이 옹기종기 모여 영업이 끝나고 쓰레기 창고 셔터가 내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를 장착한 애들이 선봉에서 셔터를 올릴 거야. 쓰레기통이 엎어지면 열심히 담아 오면 돼.”     


셔터가 올라가자 일제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너 나도 빠른 걸음을 하다 이윽고 언덕을 뛰어내려 갔다. 나는   없는 비장함에 열심히 그들을 따라갔다. 내가 도착했을  이미 쓰레기통은 엎어져 사과며 오이며 토마토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급박한 순간에서도 인정이 싹텄다. 선봉대가 쓰레기통으로 손을  집어넣어 건져 올린 과일이 생각보다 멀쩡하면  주위 애들한테  번씩 권했다. 도떼기시장마냥 분주한 현장에서 북적이는 인파에 나는 쓰레기통과 꽤나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선봉대가 하나씩 건네주는 과일 채소를 챙기다 보니 쇼핑백이 묵직했다.     



흙은 좀 묻었어도.


당분간은 과일에 돈 쓸 일 없다고 좋아하며 돌아오던 그때, 헤드라이트를 머리에 단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많이 건졌어?”     


“대충요. *덤스터 다이빙 dumpster diving은 처음인데 너무 좋네요. 다 멀쩡해요.”     


“그렇지? 나는 10년째야. 이곳 이카에는 주로 과일이 나오는데, 자전거 타고 10분쯤 걸리는 다른 이카 체인점에는 빵이 자주 나와. 원하면 위치를 가르쳐줄게.”      


 구역 토박이를 이런 식으로 알게  줄이야.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돈을 아껴야 해서, 저마다의 이유로 밤마다 쓰레기 통을 뒤지는 우리가 낮에는 학교에  경제를 공부하고 ‘어제 가져온 사과 아삭아삭 먹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코딩하고 있을 것임을 생각하니 기특하고 애틋했다.     



이렇게 멀쩡한 걸



내일은 토마토 볶음밥을 해 먹어야겠다. 후식까지 이미 다 준비가 돼있으니까.





*[덤스터 다이빙 dumpster diving]
말 그대로, 쓰레기통을 뒤져 버린 사람에게는 쓸모없지만 건진 사람에게는 쓸모 있는 물건을 가져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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