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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조 Apr 01. 2024

율무

소설 <PART-two> #착시④

율무는 수도꼭지를 잡아 평소보다 한바퀴 반 더 돌려 틀었다. 두 손을 겨우 부빌 정도로 작은 세면기에 금방 물이 차올랐다. 콸콸 쏟아지던 물이 고이다가 꿀렁거리더니 마개를 닫지 않은 수채구멍 주변으로 작게 회오리가 일었다. 물빠짐이 좋지 않은 것인지 빠지는 양에 비해 쏟아지는 물의 양이 더 많은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율무는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머리 안쪽에 꾹꾹 눌러 쓰는 것처럼 곱씹어 생각을 했다. 눈 앞의 광경에 의식을 집중하느라 괜시리 해보는 것이었다.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는 중이다. 율무는 요새 사람들이 무리져 있는 장소에 있기가 힘들었다. 사업적 이해로 얽혀 있는 산업단지에선 무리 사이에 껴있을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창의센터는 지역단체의 사업참여나 지역기업과의 업무제휴 등을 하는 입주기업에게 소액에 사업비도 지원하고 있었다. 짝수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입주기업 직원 대상으로 교류행사가 열렸고, 연말연초로 센터의 신년계획발표회와 성과발표회가 있었다. S시 주최의 국제행사나 소셜벤쳐 서밋과 같은 투자연계 행사도 이곳에서 자주 열리는 행사였다. 시의회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1년 주기의 예산 승인은 대체로 해를 넘겼고 이 때문에 사업 실행이 어려운 1,2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중대규모의 이벤트가 열리고 닫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무는 이런 대규모 행사에 자주 빠질 수 있었는데, 복잡한 공모 사업 절차를 지원하는 행정업무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율무는 상하반기 진행되는 입주기업 대상 공모사업을 실행하는 부서의 말단 직원이었다. 그녀는 공모절차에 따라 제출된 제안서를 취합하고 심사과정에 필요한 행정적 업무를 백업하거나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사업 설명회나 공모사업 선정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등의 실무 업무에 배치되어 있었다. 격무에 시달렸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획·개발이나 외부의 자원을 끌어와야 햐는 대외협력 업무가 아닌 것에 율무는 대체로 만족했다. 


그러나, 율무는 고객요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자기 내부의 불안을 감지하는 신호는 무시로 놓치고 있었다. 자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으니 지옥철을 경험할 일도 없었고 집순이의 특성상 인구밀집 공간에 노출될 일도 없었으므로 비교적 곤란할 상황이 적은 일상생활 중의 이상 신호들을 감지할 기회도 놓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업무를 보던 중에 무엇에 반응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몸에서 이상반응이 왔다. 누가 꾹 누르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지는 게 첫번째였고, 그 다음에는 무엇이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적으로 몸에 자극이 왔다. 촉각과 인식은 더욱 선명하게 각성되는데 반해 몸은 탈력발작이 온 것 처럼 옴짝달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산소가 고갈되는 것처럼 숨이 가빠지다가 턱 하고 막혔다. 주변에 다닥다닥 모인 사람들이 호흡에 필요한 한 줌의 공기마저 빼앗고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율무는 질세라 배가 동그랗게 부풀어 오르도록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한동안 이 방법은 유효했다. 공간을 벗어나지 않아도 심호흡만으로도 호흡은 이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긴급조치로는 호흡을 되돌리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얼마 후부터 시작된 이 증세는 센터장 C가 그만두고 난 후 더 심해진 것이었다. 


율무는 표나지 않게 등 뒤에 벽을 오른손으로 짚고 일어나 워크숍 장소를 빠져나왔다. 2층 유리문을 열고 나와 계단 핸드레일을 잡고 서서 고개를 들어 멀리 산등성이로 시선을 돌렸다. 급하게 빠져나오면서 현기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스니커즈에 발을 넣을 겨를도 없이 구겨 신고서 였다. 차가운 공기가 코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눈 앞이 시원했다. 산등성이가 뿌옇게 눈에 들어왔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는 구분되지 않았다. 율무는 유리문 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한 계단을 내려와 구겨진 신발 뒤꿈치 부분을 펴고 발을 안으로 넣었기를 두번 반복했다. 그리고 1층 화장실로 내려와 힘차게 쏟아지는 수돗물 옆으로 코를 댔다. 굵은 물줄기 주변으로 시원한 바람이 분무처럼 들이치는 게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율무는 눈을 감고 곧은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를 상상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폭포가 아니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기암절벽 아래 넓적한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직낙하하는 폭포를 그대로 맞는 상상이었다. 물줄기가 한 겹 더 크게 귓가를 울렸다.   


“물 아깝게 왜 그러고 있어요?”


기술적 유토피아 시스템에서 도킹 장치가 강제로 해제된 것처럼 율무는 일순간 현실세계에 눈을 떴다. 공용화장실이니 누군가 들이탁칠 상황을 예상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몸이 곧바로 경직되는 걸 느꼈다. 고작 화장실 수도꼭지에 코를 박고 호흡을 하고 있었다. 율무는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들어 알은 척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도꼭지를 돌려 잠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율무는 그대로 멈췄다. 어느 덧 자신은 부풀린 망상에 기대어 쪼그라든 현실의 호흡을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덧없고 초라했다.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오십원 동전 만한 원통의 물줄기가 멈춤없이 쏟아졌다. 상대가 언제부터 이 공간에 들어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무난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센터에서 건물 전체를 하루종일 빌려쓰고 있었다. 센터 직원일테고 또 여성화장실을 이용할 사람이었다. 목소리만으로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대화를 나눠본 적 없거나 밀접하게 업무를 보는 관계는 아닐 것이었다. 몇몇으로 인물은 추려졌지만 율무는 어림잡아 보는 것도 하지 않았다. 상대의 얼굴이 특정될수록 율무는 더욱 변변찮아졌다. 그녀는 율무의 옆 세면대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비벼 닦고 양 손에 묻은 물기를 털며 율무의 하반신 뒤로 스쳐지나갔다. 반투명 유리문이 바깥쪽으로 활짝 열리더니 안쪽으로 깊이 들어와 흔들렸다. 반동하던 유리문의 진동이 멈추고 나서야 율무는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고개를 들었다. 군데군데 물방울 모양으로 물때 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나서야 율무는 속이 상했다. 이 단지에서 스치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공동행동 활동을 시작하고부터 였다고 율무는 기억했다. 그러니까 이 증상이 발병한 건 그 무렵 언제쯤부터였던 것이다. 


자유와 기획주제로 나뉘어 진행된 작년 하반기 공모 결과가 발표된 후 율무는 한 입주기업 대표로부터 항의성 민원을 받았다. 그는 배달, 가사 등 생활서비스 노동자 협동조합 설립과 플랫폼 구축 전략을 테마로 하는 기획 분야 공모에 참여한 사회적기업인 ‘모두데이터’의 대표 K였다. ‘모두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서포트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 보유한 전문성을 활용해 해당 플랫폼의 시장전략과 당장 실행가능한 수행과제를 제시하겠다고 공모제안서에 썼다. 그러나 기획 주제 부문 공모는 조합원들의 자치역량과 멤버십 강화 방안 및 확장 전략 수립을 제안한 ‘새로운 시민사회를 위한 연구회’로 최종 선정되었다. ‘모두데이터’의 제안은 조직 구축의 단계에서 다소 이른, 시의성이 떨어지는 과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 K는 센터로부터 요청을 받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없는 시간을 쪼개 공모에 참여한 것인데 홈페이지에 게시된 결과를 확인하고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차 내려온 것이라고 율무에게 다짜고짜 따져물었다. 이 시각 사무실에는 팀장 이하 팀원들만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차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을 시와 협의하는 시즌이었고 중간리더 이상의 멤버들은 자리에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자초지종을 따져묻던 대표 K는 뭐가 그리 억울한지 율무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우리 같은 소기업은 하루 하루가 생존투쟁이고 일분 일초가 비용이라며 이 기회비용을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후다닥 말을 이었다. 공모사업의 담당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절차에 따라 사무를 지원할뿐인 율무는 꼭 다문 입에 동그란 눈을 하고 파티션 위로 떠오른 팀원들의 얼굴이 꼭 거울 같아 보였다. 그들은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눈 앞 세 개의 거울을 돌아보다 율무는 담담한 척 연기하며 센터 누구의 요청을 받으셨는지 그에게 물었다. 말을 할 때 안면근육이 살짝 떨렸지만 다행히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찰나의 안도감이 스쳤다. 율무는 결과에 대한 유감의 마음을 먼저 전할 걸 그랬나 하고 잠시 후회를 했고 역시 율무의 대꾸가 그의 화를 더 돋운 모양이었다. 그는 중간에 착오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없으며 자신에게 따로 찾아와 양해도 구하지 않고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를 보게 하였다며 씩씩거렸다. 


리더마다 성과 차원으로 직접 구상하는 회심의 전략 사업들이 있었다. 이 중 시 승인을 득하지 못한 것들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재량껏 허용된 사업비 안에 비틀린 모양으로 자리잡혀 추진되었다. 자유주제로 진행되던 공모사업에 기획주제 공모가 끼어든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결국 공모사업의 기획주제 분야로 살아남은 이 생활서비스 플랫폼 어쩌구 하는 프로젝트가 센터장 주도하에 사업이 추진되었다면 좋았겠지만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재구성되면서부터 문제는 도처에 들끊었다. 그러므로 누구나 예상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절차 게시 이전의 사전 공모에 대하여 아는 바 없다는 담당자의 반응은 너무도 당연했다. 되려 이런 리스크 요인이 상호간 사전에 양해되지 않았는지 따져묻고 싶은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내정된 자리라도 엄연히 절차 있으니 일말의 변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과 사전 공모한 것이 아니라면 왜 그 답과 책임을 자신에게 묻고 있는 것인지 목구멍 안에서 말들이 포개져 쌓였다. 퇴근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금요일 오후처럼 율무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책임도 권한도 없는 자신에게 그는 한참을 서서 화를 내고 있었다. 그저 자신은 말을 듣고 있어야 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공모사업에서 민원은 늘상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렇게 서서 대표 K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고 삼키며 짊어질 수 있는 선에서 그 책임의 희양생이 자신이란 걸 깨달았을 때 율무는 오히려 담담해졌다. 그 때 어디선가 터덕터덕 걸어와 율무의 등 뒤에서 민원을 제기하는 대표 K를 제지하고 나선 사람은 랄라였다. 랄라는 격양된 목소리로 찾아온 민원인을 향해 문제될 수 있으니 발언에 신중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 외에 대화는 율무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와 그 사이에 오가는 말 가운데 머무르며 율무는 랄라에게 일말의 감사도 느끼지 못했다. 되려 그녀에게 자신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이겨냈다. 그가 책임을 묻고 싶은 대상이 자신이란 걸 알고부터 율무는 끝장을 보자는 욕구가 일었다. 직책 높은 책임자에게 묻지도 못할 책임을 왜 나에게 묻는 것인지 비아냥 거리고 싶었다. ‘공정’ 모르느냐고 요즘에 제일 무서운 게 불공정 이라고 공개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공모사업에서 도대체 누구와 공모해 사업을 따내려 하셨느냐고 큰소리를 치며 묻고 싶었다. 물론 그 끝장의 기회는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나를 갉아먹더라도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것이 이 곳의 매뉴얼 중 하나였다. 하지 못한 말에 율무는 몸살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 날 하루종일 몸을 떨었다. 그리고 며칠 후 율무의 직속 실장과 대화를 끝낸 문제의 대표 K가 지나는 길에 우연히 만난 것처럼 가장을 하고서 그날의 일에 대한 간단한 사과와 함께 율무에게 건낸 말은 센터의 이번 공모사업 포스터가 자신의 회사에서 프로그램 홍보차 사용했던 포스터 디자인과 유사해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던 것이며 율무의 사무적 태도가 별 것 아닌 일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니 서비스에 맞는 응대 태도를 갖추는 게 좋겠다는 충고였다. 그리고 대표 K는 응대 태도에 대하여 언급할 때 ‘러블리하게 좀’ 이라는 표현을 애써 생각한듯이 버벅거리며 말했다. 이 날 각자의 자리 앉아 대표 K의 발언을 듣고 있던 팀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고 율무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무력감이 율무를 강타했다.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 때문이었고 그가 무슨 이유로 상대에게 화를 냈었는지도 모르고 있을 뿐더러 이로써 자신이 근원도 알 수 없는 분풀이의 대상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친절과 사랑스러움을 가장해 상대를 호의하지 못한 것, 용무 라는 익명에 기대어 응대해 더 큰 화를 초래한 것 때문이었으며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동료들을 결국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했기 때문이었다. 이 무력감의 원인이란 것은. 무슨 기대를 품은 것일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아 지긋지긋해. 율무는 바보처럼 헛웃음이 났다. 


이곳은 가치로우면서 동시에 밥벌이이기도 한 일을 하면서 공공연하게 밥벌이를 경시하고 그렇다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확신을 갖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경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희한하게도 내부 인정투쟁은 항상 복잡했고,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조직에는 공식 업무 외 비공식 업무도 무시로 존재했으며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다들 꾸역꾸역 그 일들을 해냈다. 그 비공식 업무란 것이 대게는 정치적인 편향을 갖는 일이 많았지만 공식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각성하고 본인의 생계를 위해 반자발적으로 동원되며 문제의식을 지워나갔다. 사회적인 일을 하면서 정녕 사회를 얼마나 이롭게 하고 있는 것인지 측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더 많은 대중을 설득할 노오력 따위를 간혹 업신 여기는 리더도 종종 보였다. 일 년에 한 번은 그래도 세상에 이로운 일이라 최면이라도 걸며 근근히 버티고 몇몇은 우울감에 빠졌고 대다수는 열패감에 시달렸다. 율무는 시시때때로 이 영역의 주니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동기로 여기에 남아 이 일을 이어 가고 있나 의문을 갖다가 돌아보면 그 답을 내야할 자신도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귀한 여성동료들을 만났고 그것이면 되었다라고 희망고문을 하며. 율무는 이 일터를 끝으로 더이상 소셜섹터에 발을 붙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P동 1층 화장실에서도 했다. 그때 율무는 물때낀 거울 속에서 일군의 무리 안에서 스스로를 고문하고 있던 웅크린 민지의 둥근 몸을 불쑥하고 떠올렸다. 이 뒤틀린 사회의 위계와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며 다만 피아로 세상을 보고 권력 쟁취와 사수와 척결로 오로지 각자도생의 생존투쟁을 하면서 꼭 공익을 위시하는 것마냥 으스거리는, 터럭 만큼도 세상의 이로움이 되지 못하는 일군의 무리들 속이었다. 율무는 이죽거리고 나서야 조금 기운이 났다. 율무는 코듀로이 플레어치마 호주머니에 휴대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넣어 뒤적거리며 찾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어깨에 걸치고 있던 점퍼 속에 핸드폰을 넣어둔 것이 떠올렸다. 점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벗겨진 모양이었다. 율무는 몸에 파고드는 추위를 그제야 느꼈다. 목폴라 위에 입은 니트 가디건의 구멍 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콕콕 들어와 박혔다. 율무는 니트 가디건 팔 안으로 주먹 쥔 손을 겨우 구겨넣고는 오른팔꿈치로 유리문을 밀며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괜찮은걸까 생각하는 동안 자신의 고통이 저만치 물러섰다. 유리문이 율무가 나가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반동했다. 


커버사진: Unsplashalireza irajinia


소설 <PART>는 one, two, three 등 총 3부로 구성될 예정이며 위 글은 그 중 2부(two)에 속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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