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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조 May 08. 2023

빗 속의 순천  

[일기] 간헐적 순천살이 (6)

지형적 특성상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남부지방답게 대체로 온화한 날씨"라고(나무위키에 따르면) 했건만 지난 3일 순천은 폭우 속에 꽤 추웠다. 며칠은 서울 기온 보다 낮기도 했다. 나무위키를 계속 빌어오자면, 순천에서도 바다에 접한 지역은 해양성 기후를 북쪽 높은 산들이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는 지역은 대륙성 기후를 강하게 띤다고 되어있다. 내가 있는 순천 시가지는 바다와 멀지도 그렇다고 붙어있는 곳도 아니니 완전한 해양성 기후는 아니고 때때로 해양성 기후의 특성을 부분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엔 쾌적하다고도. 그런데 왜.. 내가 머무는 봄은 서울보다 춥냐고.. 의 이유를 찾느라 나무위키를 본 것이었다.


하여간 오늘은 별안간 아침부터 어제까지 연장 3일간 내렸던 습기를 모두 날려버릴 만큼 쾌청한 하늘을 보이고 있다. 이제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마음이 아쉬울 정도로 눈 부신 하늘이다. 그러고 금방 추워서 섭섭한 기억은 잊고 돌아보니 빗 속의 도시를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까지 한 것이다. (이런 걸 변덕이라고 하나..?) 그래. 빗 속에서도 이뻤다. 이 도시는. 빗 속에서 도심을 내내 걷다가 3일째 되던 어제에서야 옥천으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그 전에는 범랑이 걱정되어 내려가지 못했다) 아마도 그 때쯤 우중산책에 조금 적응되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사실 좀 꿉꿉하고 짜증스러웠다. 비오는 날씨를 대비하여 건조와 통풍이 잘 되는 방수점퍼같은 것을 챙겨오지 않았고, 외투라곤 얇은 가디건 하나인데다 이 겉옷이 잘 젖고 빨리 마르지도 않는 통에 젖은 옷이 척척 몸에 달라붙어 꿉꿉함을 도통 벗어날 길이 없었던 탓이다. 심지어 방한도 부족하여 오돌오돌 떨며 다녔다. 날씨 탓이겠냐, 다 내 잘못이지. 이 생각은 맑은 오늘 아침에야 든 생각이다. 맑은 하늘 청명한 마음 속에서 새삼 어제까지의 빗 속의 풍경이 휘엉청 떠오른다. 그래도 어제는, 앞서 말했듯이 연장 3일의 우중도 차차 적응이 되었는지, 운치 비슷한 걸 느끼기도 했으니까. 옥천 수중에 몸을 맡긴 수풀도, 옥천변 비를 담담히 맞고 있던 노란 수선화도, 낮은 지붕 위 뒤로 멀리 보이는 산에서 희뿌옇게 피어오르던 운무도, 돌아보니 그렇다.

옥천 수중 수풀
남초등학교 연못 속 연꽃
옥천변 수선화
옥천 수중 수풀
식당 별천지 내부 연못의 잉어


모든 동영상 촬영은 남편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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