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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조 Feb 27. 2023

아이가 없는 기혼자의 아이가 있는 여행

[일기] 아이들과의 제주에서의 3일 

나에게는 아이가 없지만 열 중 대여섯번의 여행에는 아이가 동행을 한다. 가임가능여성 평균 0.7명대로 새롭게 출산율을 갱신중인 한국에서, 서울로만 보면 0.5명대로 떨어진다니 더더욱, 아이가 없다는 사실은 별스럽지 않고 12년차 기혼자인 나에게도 여전히 그렇지만, 나의 여행 중 절반 이상에 아이가 동행한다는 건 때때로 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가 없는 기혼자인 나에게 육아를 압축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때는 역시 여섯살 위 친언니의 아들, 하나 밖에 없는 조카를 엄마와 공동육아했을 때이고, 그 아이가 다 커 이제 이모를 더이상 찾지 않을 때에는 아이가 있는 친구들과 여행을 할 때일거다. 나는 이를 두고 여행이라고 할지 짧은 공동육아라고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이 글의 첫문장을 아이가 없다로 시작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단 한차례 정도 고민을 한 것을 떠올리며, 대체로 이런 여행을 육아로 인식하고 있구나 라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것을 부득불 여행이라고 지칭하려고 한다.   


이런 여행에 아이는 하나일 때가 종종 이대게는 이상일 경우도 많다. 하나 혹은 둘씩 아이가 있는 친구들과 여행을 할 때, 또래 아이 명씩이 동행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고, 때때로는 아이가 있는 친구 하나와 그녀의 아이 둘에 아이가 없는 친구 셋이 따라 붙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여행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아이 어른 1.5명 정도가 따라붙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여성들을 위한 관광은 거의 포기에 가깝다. 예측이 어려운 상황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을 짜도 늘 예상치 못한 일은 터지고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하여 식당을 정해도 이는 빗나가기 십상이다. 어른들에게는 집안일을 제껴두고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묵힌 수다를 떠는 게 여행의 핵심인 까닭에 결국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가 되어서야 주어지는 휴식이 곧 주 여행이 되는 셈이기도 하다. 일과 중 또래 아이들끼리 있도록 초반에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관건인 까닭에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낼 있도록 슬라임, 주얼리 만들기, 색칠놀이, 숙소에서의 물놀이, 때때로 숙제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끼리만 떨어져 있을 수 있는 키즈카페 같은 곳도 하나쯤 코스에 넣어둔다. 


나는 이 여행 커뮤니티 안에서 엄마들의 일손을 나누고 아이들에게 엄마와 다른 존재로써의 역할, 훈육없는 대화와 아이들의 희노애락에 평정심으로 응대하는 어른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며, 가끔 괜찮은 어른인지 시험하는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에 놓인다. 아이들은 지난번 여행때보다 쑥쑥 커서 울기 보다 말을 하고, 대화 중엔 가끔 감동을 주는 멘트를 한다. 우연히 비행기 앞 뒤 자석에 앉을 걸 두고 "운명이에요"라거나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추억과 기억"이라거나 등의 말을 해주며, 아이들의 말은 모두 진심같아서 자주 곱씹게 된다. 확실히 아이들이 어렸을때보다는 수월해진 느낌이고 그래서 이들의 동행이 이제 육아라기 보다 여행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니 정확히는 육아 45 여행 55 정도이지만, 그래도 다음 여행은 여행으로 감각하는 게 60쯤으로 발전할거란 기대가 있고 그러고나면 조금 섭섭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번쯤은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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