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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Apr 25. 2021

일상 속 비행기 모드가 필요할 때

오늘은 나에게 휴식을 선물했다

자극적이다


 만약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자극적이다'라는 동사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두려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코로나 19로 지구 곳곳에선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 범죄가 날뛰고, 4월 24일 어제 하루만 해도 전 세계 인구 중 약 4만 2천 명이 코로나 19로 인해 작별을 고했다. 이런 와중에 아동이나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범죄가 계속해서 세상을 흔들고 있고, 코인 열풍에 휩쓸린 채 한강뷰(의 집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다가 한강(으로 빠질 만큼 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을 때)으로 가게 생겼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자극적인 이슈 앞에서 누구나 정신적인 피로를 느끼기 마련인데, 이러한 피로와 정신적인 불안감이 쌓여 모두들 어느 날 약속이라도 한 듯 갑자기 폭발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출처: 구글 '코로나 19 사망자' 검색 시 조회되는 일일 변동 내역

이럴 때 필요한 것


 가끔 저녁이나 새벽 시간대 중요한 작업이나 공부를 할 때면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놓곤 했는데, 비행기 모드에선 자동으로 와이파이, 데이터, 통화 등 모든 기능들이 차단되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일 외엔 휴대폰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전자파가 비행기의 운행을 방해할 수 있어 항상 기내에선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야 하는 데, 일상 속에서도 바로 이러한 '비행기 모드'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지금과 같이 '자극적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다. 

출처: Photo by Lian Jonkman from 

일상 속 비행기 모드


 오늘 아침, 나는 평범한 어느 일요일과는 달리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자 '비행기 모드'를 선택했다. 주식이나 코인 관련 소식이나 뉴스는 오늘만큼은 보지 않기로 했고, 코로나 19 기사로 뒤덮인 휴대폰 속 세상은 쳐다도 보지 않기로 했다. SNS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멈췄고, 주말까지 나를 찾는 업무 메일을 월요일 출근 전까지 열어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출처: 내 사진첩(망원동 어느 골목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내가 좋아하는 망원동에 들려 골목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날의 햇빛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롯이 받아냈다. 파릇한 봄 내음이 길거리에 가득한 채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봄날의 망원동 시장, 골목 풍경을 구경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작은 쇼핑백을 한가득 채웠다.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사람이 붐비지 않는 작은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책을 보며 오후의 행복을 온몸으로 느꼈다. 

출처: 내 사진첩(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하는 독서 타임)

 집으로 돌아가선 오늘만큼은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닭가슴살과 버섯, 토마토를 오븐에 구워 가볍지만 든든한 한 끼로 일요일 저녁을 마무리 했다. 

출처: 내 사진첩(저녁 식사의 모습)

이만 마치며


 일요일에 뭔가를 하지 않고 휴식만 취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내심 '심심한 주말을 보내면 어떡하지'라고 집을 나서기 전 잠깐 고민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도 혼자서 정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 날이었다. 늘 주말까지 알차야 한다고, 평일과 똑같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오히려 나에게 올가미가 되어 주말에도 쉴 수 없는 삶을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행기 모드가 필요한 때를 알고, 나를 위해 오롯이 하루를 바칠 수 있는 삶이라면 이 자극적인 세상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잘 산다는 것은 별게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의 행복을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 그것 외엔 모든 것을 '비행기 모드'로 해두어도 괜찮다는 것. 그것이 오늘 내가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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