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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May 27. 2020

퇴근 후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아깝잖아.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하루종일 일에 둘러쌓여 정신없다가, 시계가 6시 땡! 퇴근시간을 알리면 용수철마냥 회사 밖으로 후다닥 튕겨나가버리고 싶은 바로 그런 날.


그런 마음이 드는 날에, 몸과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고 야근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죄리라. 

오늘 남은 일들은 내일의 내가 ‘어제의 나를 없애버리고 싶다’ 하고 욕하면서 어떻게든 끝내놓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둘러 짐을 챙겨 회사 밖으로 나왔다.


점심시간, ‘날씨가  좋아, 반차쓰기 딱이네!’라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들어왔었는데.

저녁이 다되서 드디어 회사를 벗어났을 때, 아무일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 동시에 스스로를 위해 오늘 어떤 일도 하지 않았음을 깨닫으며 슬픔 한가운데 서야했다.

이대론 집에 들어가기 싫어!

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특별히 갈만한 곳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는 요즘.


20 초반만 해도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했고, 약속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을 극도로 싫어했다.

오죽하면 집순이를 자처하는 친구들에게 세상에 재밌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연설하며 그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려고 그리 노력했을까.


그런 내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퇴근 후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때면, 회사에서 그 어떤 성과를 달성했을 때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곤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쉴틈없이 일하고 큰 이슈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때 마치 퀘스트 보상마냥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만약 업무시간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혹은 퇴근을 준비하는  발목을 잡을만큼  사건이 있었다면

나는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겠지. 그러기에 바로 집으로 퇴근하는 대신, 오늘만큼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본다.


퇴근  제빵을 배우는 과장님, 운동하러 달려가는 동기들,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 서둘러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대리님. 

모습은 달라도 모두가 본인을 위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자할때, 나는 카페에서 글을 쓴다. 글을 쓰다보면 아무리 주변이 시끄러워도 마치 이 공간 속에 나혼자 있는 것처럼 내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집중하게 된다.


직장인들에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있는 시간보다  값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동료지만, 그 전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위해 살아가도록 설계된 인간이다. 마라톤과 같이 전력질주보다는 천천히 오래 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 우리의 삶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은 삶을 이어가는 윤활제가 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께 묻고 싶다.

퇴근 후에 무엇을 하든 단 1%라도 본인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


만약 지금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을 위한 삶 대신 다른 이를 위해 혹은 회사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딱 한번만이라도 본인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금 나는 행복하지않아


아마도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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