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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Sep 11. 2020

방콕(방구석) To-do list를 만들어봅시다.

재택근무자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법

방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진짜 방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이 곳은 한국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다시 시작한 재택근무가 어느덧 4주가 넘어가면서 단조로운 일상을 피할 수 없었다. 매일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 일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친구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거나 외부활동을 하기엔 내 목숨과 가족, 주변인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더욱 집에만 있게 되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미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코로나 블루를 느끼려던 참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방구석 To-do list'를 보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혼자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만의 '방콕 To-do list'를 만들어봤다. 평범한 일들이라도 이렇게 '해야 할 일'로  만들어 달성할 때마다 하나씩 지우다 보니 목표를 이뤘다는 쾌감이 들어 더욱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 


[방콕 To do list]

01. 한 번도 읽지 않은 책 읽기


출처  :(http://news.chosun.com/misaeng/site/data/html_dir/2020/07/01/2020070102301.html)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책 중에서 고른 건 김미경 작가님의 [리부트]라는 책이었다. 책에서는 코로나 19로 세상의 판이 바뀐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의 중도포기란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다 읽고 현재는 중고책 서점에 팔러 갈 날을 앞두고 있다. 새책과 다름없으니 좋은 주인 만나길 바라본다. 


02. 자취방 Vlog 만들기


출처 : 유튜브 (남수돌의 사는 대로 사는 세상/구독 좋아요 감사합니다)

드디어 내 유튜브 채널을 갖게 되었다. [남수돌의 사는 대로 사는 세상]으로 이름을 짓고 나서 친구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자연인'에서 풀 뜯으면서 "인생 뭐 별거 있나요"하는 장면이 연상된다고. 그런 생각을 깨부수기 위해 서울에서 살아가는 도시 여자의 여정을 3분짜리 영상에 담아 올려두었다. 친구들의 피드백으로는 영상 길이가 너무 짧고, 자막 읽을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던데, 의견을 반영해 더 좋은 작품을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의지가 샘솟는다. 


03. 쓸데없는 연락처 지우기


최근 2년 동안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분들은, 죄송하지만 연락처에서 모두 지웠다. 속이 시원했다. 대학 때 여러 사회 활동으로 알게 되었던 분들, 누군지도 생각 안 나는 분들, 알지 못하는 번호로 연락 오면 사기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저장하는 탓에 '모르는 사람 1,2... 98'로 저장된 분들까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연착처를 모두 지웠다. 올해 제일 잘한 일이 아닐까. 남아있는 연락처의 주인 되는 분들께 오랜만에 안부인사를 드린 계기가 되었다. 


04. 브런치 글쓰기, 05. 토익인강 끊기, 06. 미드 보면서 영어 공부하기


재택근무기간 동안 그래도 평소보다는 꽤 많은 글을 써서 서랍에 넣어두었고, 토익시험 준비를 위해 인강도 끊어놓은 상태이다. (듣는 것은 별개.) 재택근무하면서 거둔 꽤 흡족한 성과에 반해, 여전히 '영어공부'하기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어릴 때 '미녀 마법사 사브리나'를 끝으로 미드의 재미를 잊은 지 오래 기도 하고 영어공부는 늘 목적은 있는데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등한시하는 것 같다. 마치 신포도처럼 영어공부는 분명 어려울 거야 하면서 공부하지 않는 나 자신을 오늘도 "머릿속으로" 반성해야겠다. 


07. 일주일 메뉴표 만들기(부제 : 샐러드 대환장 파티)


출처 : 휴대폰 사진첩

재택근무 3주 차인 9월 1일부터 줄기차게 샐러드를 만들어먹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요리법이 바닥나서 이제는 더 이상 해 먹을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할 바에는 살이나 빼자는 마음으로 매일 하루에 한 끼는 샐러드로 대체하고 있다. 샐러드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되었다. 먹는 만큼 빠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풀떼기만 먹고 밀가루나 배달음식을 먹지 않아서인지 건강해지는 느낌은 드는데, 성격은 더 나빠지는 것 같다. '먹지 마세요, 감정에 양보하세요'라고 외쳐야 할 판이네.


별거 없지만 별거있ability의 미학


방콕 To-do list라고 하지만 평소 할 수 있었을 평범한 일들이었다. 하지 못했다 보다는 하지 않았다가 더 어를 릴 법한 일들. 자취&코로나로 개인 시간이 2배 늘어난 이제야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아닐까. 


주입식 교육의 효과인지 김미경 작가님의 리부트를 읽고선 이 말만 머릿속을 맴도는 것 같다. 코로나 19가 재앙이고 위기인 동시에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시 살게 해 줄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To-do list를 통해 시간이 없다고 일상 속 해야 할 일들을 게을리했던 스스로를 반성한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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