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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Aug 22. 2020

집에서 운동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홈트의 미학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

운동을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가훈이라 할만한 것이 없는 우리 집에 가훈 아닌 가훈으로 존재하는 것.

다른 집은 밥상머리 앞에서 젓가락질하는 법부터 가르쳤을 때, 우리 집의 가장 웃어른이신(우리 부모님은 연상연하 커플이다.) 엄마는 내게 밥 먹고 운동하는 법부터 가르치셨다. 어릴 때부터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집 앞 공원으로 산책 겸 운동을 나가곤 했다.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그 운동마저 멈춘 고3 때 살이 확 쪘음은 당연지사.

대학에 들어가서부턴 결코 마를 수 없는 내 몸뚱이를 평균 이상으로는 넘어가지 않도록 닥치는 대로 여러 운동을 섭렵했었다. 복싱부터, 주짓수, 에어로빅, 수영, PT, 필라테스, 헬스, 요가까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최소 6개월 이상은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서 즐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살이 찌지 않기 위해 혹은 살을 빼기 위해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가든 헬스든, 어느 순간에 가면 지겨워졌고, 이 운동을 위해 오고 가는 시간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기 싫다고 점점 운동하러 가는 것을 멀리하다 보니 살이 찌고, 살이 찌니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으며 살을 빼는 다이어트 루틴이 반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이 운동하면서 다이어트할 거야
이번에는 이 식단 하면서 다이어트할 거야

왜 20대 초반에 나는 그렇게도 다이어트에 집착했었을까

운동을 즐길 틈도, 식단을 고민할 틈도 없이 다이어트를 하고 실패하고 다이어트를 했던 것 같다. 20대 중반까지 확 쪘다가 확 빠졌다가 하는 일상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홈트를 알게 되었다.

취준생이던 시절, 부모님께 용돈 받아 생활하는 처지에 운동마저 그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홈트레이닝]이었다. 호주에서 사 온 크롬캐스트는 노트북과 TV를 무선으로 미러링 할 수 있어, Youtube 속 홈트 영상을 조금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당시 구입했던 크롬캐스트는 1이었는데, 어느덧 3까지 나왔다. (출처 : 쿠팡 크롬캐스트 3)


그때 내가 입문했던 홈트는 티파니 언니의 10분 허리운동과 마일리 사이러스 언니(정확히는 그녀가 했던)의 다리 운동이었다.

2017년 당시 홈트가 내 기억으로는 지금처럼 대중화된 것은 아니었고, 또 한국인 홈트 영상이 거의 없었던 때라 간증 글이 넘쳐났었던 두 외국인 언니들의 영상을 선택했었다. 그때 하루에도 몇 번씩 두 언니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며 운동해서 그런지 아빠는 가끔 두 언니들의 근황(?)을 묻곤 한다. 이렇게..

그때 네가 했던 홈트 영상 속 사람들은 지금쯤 떼돈 벌었겠지?
출처 : 타파니 10분 허리운동(https://www.youtube.com/watch?v=Uz8tck-K7H4)/ 현재는 2018년 버전만 있다.
출처 : Miley Cyrus Workout: Sexy Legs (https://www.youtube.com/watch?v=MG69sFM1UIw&t=233s)


떼돈은 모르겠고,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내가 홈트의 매력에 빠졌다는 것이다.

취준생으로서 돈도 굳고, 시간도 굳으니 그만큼 좋은 운동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으로 참 열심히 했었다. 호주에서 쪘던 살을 홈트 덕택에 다 빼서 한 8~9kg 정도 감량하고 입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랄까.

회사에 다니면서 살은 또 쪘었고, 깨작깨작 PT도 해보고 필라테스도 해보고 식단관리도 해보며 살을 뺐다가 또 찌고 빠지고 또 찌고 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코로나로 헬스장조차 마음대로 못 가는 이 시국에 홈트를 떠올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들어간 유튜브 속 홈트의 세상은 정말 별천지였다. 10분 내외의 각종 부위별 조지기 운동부터 도구들을 사용한 운동법, 체중감량 이야기, 스트레칭, 전문 강사들의 운동코치까지. 재택근무하는 동안 확 찐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악한 대가로 알게 된 홈트의 매력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홈트의 매력 포인트

01. 홈트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우리 집 같이 작은 원룸에서도 요가매트를 깔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10분 정도만 내 몸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면 언제든/어디서든/누구나 "홈트를 할 수 있다."

출처 : 나의 홈트 모습(영상 : Chole Ting의 운동 영상 중 하나)
02. 홈트는 무한대로 무제한으로 무료다.

적어도 유튜브에서 홈트 영상을 본다면, 광고를 잠시 참을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모두 공짜다. 물론 데이터 통신비 혹은 전기료가 들겠지만 적어도 콘텐츠 이용료에선 해방이다.

출처 :  내가 빠져있는 Chole Ting의 복근 챌린지(www.chloeting.com/program/2019/two-weeks-shred-challenge.html)
03. 홈트의 A to Z는 내 선택에 달렸다.

내가 하기 싫은 운동은 하지 않으면 되고, 하고 싶은 운동만 골라할 수 있다. Youtube에 알고리즘 덕분에 선택은 선택의 꼬리를 물어 어느새 나만의 홈트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진다.

출처 : 월요병을 이기기 위한 나의 월요 홈트 플레이리스트(땅끄 부부님, 티파니 언니, 마일리 사이러스 운동, 캐시 언니 등)

이외에도 홈트는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가득하다.

집에서 운동하는 게 정말 좋은데..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왜 홈트가 좋고 홈트를 통해 어떻게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홈트가 사람을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만들진 않지만(지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홈트로 그리 많이/빠르게 살을 빼고 있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홈트는 운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에 참 좋은 것이다.


오늘의 마무리 한마디.

홈트를 해봤다면 이미 장점을 아시겠으니, 쭉 해보시고
홈트를 안 해봤다면 이 글을 읽고 한 번쯤 해보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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