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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Oct 03. 2020

동네 카페 예찬론자의 길

더 이상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가지 않습니다.

독립 후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지 않는 이유


독립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려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을 즐기곤 했었다. 그러나 독립 후 생활비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커피값으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니 그마저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아끼고자 저가 테이크아웃 커피 브랜드로 갈아타려 했으나, 이마저도 재택근무 기간에 커피를 내려마시다 보니 가격보다 맛이 중요함을 깨달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기미상궁으로 변신해 프랜차이즈 카페 대신 집 근처 동네 카페들을 순회공연하며 "내 입맛"에 맞는 카페를 찾는 단계에 어느덧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첫 번째 취향저격 동네 카페_만리커피


https://m.place.naver.com/restaurant/37072525/home

그렇게 해서 발견한 첫 번째 취향저격 동네 카페 "만리커피". 우연히 비 오는 날 비 그치길 기다리는 심정으로 들렸다가 단골이 되어서 나온 곳이다. 이곳의 캐릭터는 귀엽게도 "쿼카"이다. 호주 살 때 쿼카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카페 캐릭터마저 친근하게 다가왔다.

출처 : 내 사진첩(만리커피 내부 전경)

인테리어에서 포인트 색상이 주황색이기 때문에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따스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의 첫 번째 매력포인트는 바로 한쪽 벽면이 오픈형 통창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비 오는 날이든 햇빛이 쏟아지는 날이든 날씨에 관계없이 이 자리에 앉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자면 여유로운 일상을 한껏 만끽하고 있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출처 : 내 사진첩(우리 집 옥상에서 만리커피와 함께)

2층까지 있는 이 작은 카페에 두 번째 매력포인트는 커피 맛과 가격이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그것도 집 근처에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맛보다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아메리카노가 2,000원. 아무리 비싸도 커피 값으로 5천 원을 넘는 메뉴가 이곳엔 없다. 심지어 맛있기까지 하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잘 마셨다"는 인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카페라떼에 우유 대신 두유"가 가능하다니. 두유 라떼를 먹으러 이곳으로 향할 때마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두 번째 취향저격 동네 카페_고효동


https://m.place.naver.com/restaurant/1016376574/home?entry=ple

효창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고소한 효창 동네 커피"라는 뜻의 고효동 카페. 지하에는 디자인 회사가 있고 1층에는 고소한 커피 냄새가 공간을 채우는 고효동 카페가 있다. 카페 내부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몇 개 없다. 그럼에도 테이블 중앙에 콘센트가 있어 글 쓸 때 종종 이곳에 들리곤 한다. 이미 SNS에서 유명해지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나만 알고 싶은 작은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사람들로 늘 카페가 가득 찬다. 그럼에도 커피 맛은 한결같이 맛있다.

출처 : 내 사진첩(고효동 외부 전경)

이 곳은 카페의 본질에 집중한 곳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커피 맛이 일품인 곳. 게다가 이 곳만의 시그니처 커피를(고효동 비엔나, 흑임자 라떼 등) 한 모금 마시고 나면 특별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곤 했던 프랜차이즈 카페에 더 이상 갈 이유가 없어진다.

출처 : 내 사진첩(고효동에서만 판매하는 흑임자 라떼)

처음 흑임자 라떼를 만났을 때, 그 맛에 놀라고 커피 한잔에 담긴 정성에 한번 더 놀랬다. 커피를 건네면서 사장님은 "맛을 음미하기 위해선 먼저 위에 흑임자 크림을 천천히 떠먹으며 나중에 저어 주세요"라고 하셨다. 사장님 말씀이 맞았다. 흑임자 크림을 먹는 순간 흑임자의 고소한 맛과 크림의 달콤함이 입안에 번져 저을 새도 없이 홀라당 다 먹어 버렸다. 이토록 맛있는 커피라니.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커피의 세계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끝마무리하며


독립하기 전 여유롭지 못했던 일상 속에서 카페는 내게 늘 "무언가"를 집에 가기 전 혹은 휴일에 하기 위해 가는 장소였다. 물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혼자 깊게 생각하면서 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 무조건 카페로 향했다. 주변이 시끄럽다 하더라도 오롯이 집중하다 보면 타인의 말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독립 후에는 이제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카페에 들릴 일이 없어졌다.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카페만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전처럼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프랜차이즈보다는 나처럼 동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나는 앞으로도 프랜차이즈보다는 동네 카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 같다. 그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겠지만, 미래의 내가 동네 카페를 예찬하면서 얻는 행복을 놓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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