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Nov 30. 2020

쿠팡 로켓프레시 프레시백 덕분에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하다

자취를 시작한 지 4개월째


가족들과 살 때와 혼자 살 때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택배 주문량이다. 부모님 집에서 호의호식할 때는 생필품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으며 주말마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로 마트에서 편하게 장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독립한 이후로 특히 차가 없는 뚜벅이 자취러에겐 장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내게 구세주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쿠팡이 되시겠다. 매일 퇴근 후 이마트에 들려 장을 보는 게 번거롭다고 하소연하던 내게 직장 선배가 추천해주었던 것이 '로켓와우'였다. 쿠팡에서 운영하는 멤버십 제도로, 한 달에 2,900원만 지불하면 로켓배송 제품은 금액 관계없이 100% 무료였고, 로켓프레시는 1만 5천 원 이상 구매하면 다음날 새벽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바로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쌓여만가는 택배 박스 앞에서


처음에는 토마토소스 한병도 무조건 쿠팡을 통해 로켓배송으로 주문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우리 집 현관에는 발 디딜 틈 없이 택배박스가 쌓여만 갔다. 층층이 쌓인 택배박스를 눈으로만 보고 있을 수 없어 하루가 멀다 하고 퇴근 후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야 했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편리한 방법으로 물건을 구매한다고 해서 과연 현명한 소비라 말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분명 나한테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효율적인 소비인데, 택배박스를 비롯해 포장재로만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쓰레기양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분리수거를 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아까워졌고 지구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점에서 현명한 소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샌가 쿠팡 로켓 와우 멤버십만 해지하지 않은 채 집 앞 마트를 애용하게 되었다.

출처: 내 사진첩(로켓프레시로 물건을 구매했을 때, 택배박스당 물건이 한개씩만 들어있어 굉장히 놀라던 순간.jpg)


그러다가 쿠팡의 에코프레시백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장 보러 가기 망설여진 탓에 오랜만에 쿠팡 앱에 들어갔다. 내일 아침 먹을 샐러드와 일주일치 반찬거리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이전과 달리 포장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박스 포장'대신 '프레시백 포장'을 선택하면 지금까지 분리수거하느라 처치곤란이었던 종이 박스 대신에 에코 프레시백이란 보랭백으로 택배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5~6월부터 시작한 서비스인 것 같은데 우리 동네가 로켓프레시 프레시백 수거지역에서 제외되었다가 최근 들어 포함된 듯했다. 어쩐지 쿠팡을 멀리한 몇 주 사이 알록달록 무늬가 그려진 프레시백이 1층 현관 앞에 문전성시를 이루더라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출처: 쿠팡앱(주문 과정에서 포장방법 선택이 가능하다.)


누구나 쉽게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프레시백에 대한 찬양의 글이 이어질 듯싶어 이 글은 '광고'가 아님을 강력히 밝힙니다.)

프레시백으로 주문하는 것은 여러모로 지구를 위한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일단 포장박스와 달리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택배를 받아본 이후 주문한 물건만 빼서 프레시백은 문 앞에 놔두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다음 주문을 위해 배송 온 쿠팡 택배 기사님이 알아서 수거해가시니 내겐 특별히 수고로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프레시백 내부가 보냉백으로 제작되어 이전에 상품을 주문할 때 딸려오던 무더기의 보냉재는 필요하지 않았고 한두 개의 얼음주머니만으로도 신선식품의 신선도는 끄떡없었다. 특별한 수고로움 없이 택배 박스와 보냉재를 줄일 수 있었던 로켓프레시의 프레시백 덕분에 조금이나마 지구를 위한 소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졌다.


출처: 쿠팡 앱(주문 과정에서 쿠팡 프레시백에 대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쿠팡 프레시백을 애용하는 삶


어느 연예인처럼 플라스틱을 일절 쓰지 않겠다 선언한 것도 아니었고,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에 참가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다만 내 자리에서 '조금이나마' 지구를 위한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한 것뿐이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전혀' 수고롭지 않은 방법으로 이전과는 '전혀'다른 소비를 할 수 있게 되다니.


택배박스 대신 프레시백을 선택했을 뿐인데, 분리수거로 인해 낭비되던 시간도 줄일 수 있었고 지구에게 가졌던 죄책감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쿠팡 프레시백을 애용하면서 아무리 배송료가 무료라 해도 이전처럼 하나만 사는 대신 일주일치 장을 한 번에 보고 있다. 가득 찬 프레시백을 볼 때면 마음마저 풍성해진 듯하다. 쿠팡이 나 같은 소비자를 노린 것일까. 뭐, 아무렴 어때. 프레시백 덕택에 오늘도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해내고 말았는걸.

출처: 내사진첩(프레시백 덕택에 일주일 장보기도 현명하게 플렉스!)
이전 13화 1인 가구에게 당근마켓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