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자취생에게할인쿠폰이란
자취생들에게 "너에게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해?"라고 하면 어떤 대답을 할까. 분명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냥 배고프지 않으려고 먹는 거지", "끼니만 때우면 돼"라고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잘 먹는 게 제일 중요하지", "혼자 사니깐 더 잘 챙겨 먹으려 해"라고 할 것이다.
나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 바디프로필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완수하느라 먹는 것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삶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보통 저녁에 운동하고 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은 채 굶주린 상태에서 자다 보니 꿈에 그날 먹고 싶었던 음식이 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현타마저 들었다. 사지육신 멀쩡한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음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까. 바디프로필을 시작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후회가 들었던 건 모두 음식 때문이었다.
한 끼에 닭가슴살 100g과 탄수화물 50g, 야채는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던 내게 사실 장 보는 것은 특별히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가격의 이점이 가장 좋은 쿠팡에서 3일마다 한 번씩 장을 봤는데, 항상 똑같은 제품을 사다 보니 어느새 자주 사는 품목만 본 채 다른 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쿠팡 외에 마켓컬리, GS프레시몰같은 온라인 몰은 관심사 밖이었다. 특히 매일같이 즐겨보는 다이어터나 유지어터 유튜버들이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아이템이라는 뜻) 추천템을 소개해주는 영상을 볼 때도 어차피 식단이 정해져 있으므로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다가 바디프로필 프로젝트가 끝이 나고, 드디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댄 음식은 배떡의 로제떡볶이었다. 그다음은 뿌링클이었고, 또 그다음은 짜파게티, 베이글, 와플대학의 스트로베리 와플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인스턴트 음식이었고, 위장을 괴롭히는 탄수화물 폭탄 덩어리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시 몸무게가 1, 2kg씩 붙었고, 이대로 가다간 바디프로필을 찍기 전으로 돌아갈 듯싶어 황급히 식단을 다시 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탄수화물 100g과 닭가슴살 100g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 맛을 즐기되 체중을 관리할 수 있는 식단을 찾다가 우연히 홀린 듯 마켓컬리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15년 마켓컬리 첫 서비스 소개 영상 URL: https://www.youtube.com/watch?v=WEep7BcboMQ
여러 채소를 한 번에 사서 샐러드를 만드는 일이 귀찮던 내게, 혼자 사는 1인 가구라 반찬을 해 먹기 번거롭던 내게 마켓컬리는 참 요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처음엔 저칼로리 소스를 검색하다가 휴대폰에 뜬 마켓컬리 광고를 통해 앱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나중에는 샐러드부터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식재료 앞에서 고르는 재미에 빠져버린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앱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느새 장바구니는 5만 원, 6만 원, 7만 원을 향해 있었다. 마침 마켓컬리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가 운동 후 가장 배고픈 밤 11시였으므로 판단력이 흐려져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서 결제하자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일어나자마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어나서 출근하느라 결제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마켓컬리에서 내 휴대폰 번호로 3만 원 이상 구매 시 1만 원이 할인되는 쿠폰을 보내왔다. 평소 할인 쿠폰이 오면 보통 1천 원~2천 원 사이므로 무시하곤 했는데 1만 원이라는 금액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 즉시 나는 여느 소비자와 다를 것 없이 바로 마켓컬리에 접속해 터질 듯한 장바구니에서 몇 개의 제품을 삭제한 다음 평소 먹고 싶었던 메밀국수, 저칼로리 스윗칠리소스, 샐러드, 비건 카레, 과일을 사서 결제를 눌렀다. 골라 담은 제품들의 합계액이 4만 원을 넘었지만 할인쿠폰 덕분에 3만 원만 내고는 기분 좋게 쇼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할인 소식을 공유하는 문자였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텐데, 짧고 명확하게 할인금액을 표시하여 발송한 광고 문자로 인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켓컬리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4만 원 이상을 사면 1만 원 할인되는 쿠폰을 사용하고 나서 며칠 후, 내가 첫 번째 구입 이후 추가 구매가 없어 마켓컬리 측에서 섭섭헀는지 마켓컬리는 또다시 할인쿠폰 문자를 내게 보내왔다.
이번에는 할인 금액이 적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첫 번째 구매 후 아직 다 먹지 못한 마켓컬리템이 냉장고를 열 때마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런 걸까. 마음이 그리 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할인 쿠폰은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마켓컬리에서 파는 제품들을 구경하며 조용히 쿠폰 기한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
마켓컬리를 사용하면서 주문한 제품에 비해 포장재가 다소 많아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죄책감이 드는 것을 빼곤, 쿠팡과 물건 가격을 비교하면서 구매하기 때문에 호갱이 되었다는 착각에 빠지거나 물건이 구려서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분명 마켓컬리에는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만한 큰 단점은 없어 보였다.
이런 마켓컬리는 다 계획이 있는지, 적절한 시기에 장바구니만 이용한 잠재고객들을 할인쿠폰을 통해 실제 구매고객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 업무 시간에 광고 문자를 종종 발송하고 있지만 광고 문자에 반응하는 고객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할인쿠폰을 또다시 보내지 않을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마켓컬리의 광고 문자를 기다리는 일은 참 신선했다. 마켓컬리가 참 부럽다. 이렇게 광고 문자를 기다리는 고객이 있는(그것도 많을 듯한) 브랜드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몇몇 독자분들은 '공짜를 너무 밝히는 것 아니냐' 하고 쓴소리를 하실 수도 있을 텐데, 이 분들에겐 '이왕 사는 거 할인쿠폰 있으면 참 좋지'라는 엄마의 말을 잠깐 빌려 본심을 전해 본다. 할인 쿠폰은 계획한 예산보다 더 많이 사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처음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염두에 두고 문자 마케팅을 진행하는 마켓컬리의 마케팅팀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데이터에 의해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듯 보여 그들의 역량이 참 부러웠다.
나도 고객으로서 할인쿠폰에 열광하는 시기를 지나, 마케터로서 언젠가는 고객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마케팅을 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