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원예수업 목표 세우기
◖ 발달장애 원예수업 목표 세우기 ◗
발달장애 원예 수업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본 변관석 저자의 ‘발달장애 청소년 ‘자립생활’ 체계적으로 지원하기’책 2탄이다. 저자는 특수교육과를 졸업, 중등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계신 선생님이다. 특수교육에 대한 지식을 선생님, 학부모님들께 공유하고 싶으셔서 오래도록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렇게 책으로도 만들어 주셨다.
적용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정리했다.
1. 수업 목표를 세운다. - 식물을 심는 수업이라면 수업 목표는 손 근육 운동으로 정한다. 도구로 화분에 흙을 담는 행동을 반복하며 손 근육이 단련된다. 이는 일상에서 단추를 잠그거나 가위를 사용하거나 손을 이용하는 일에 도움을 준다.
2. 대상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미리 알고 보상으로 제공한다. - 수업에 집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수업 중 좋아하는 음악 듣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 마이쮸나 초콜릿같은 작은 간식 등이다.
3. 도움을 나눠서 제공하며 지도한다. - 처음에는 화분 심는 방법을 80% 도와주고 이후 60%, 30%로 도움의 강도를 점차 줄여 최종적으로 혼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됐다. 각자 다른 차이가 보였다. 끈을 묶을 수 있는지, 정해진 길이를 가위로 자를 수 있는지, 시범을 보여주고 바로 따라 할 수 있는지, 말로 이야기해도 수행할 수 있는지가 달랐다. 적절한 수준의 지도가 중요하다 것을 깨달았다. 도움이 80%가 필요한 아이가 있고 알려주기만 해도 혼자서 만드는 아이가 있었다. 옆 친구를 도와주고 있으면 스스로 다 만들었다.
◖ 맥주병 꽃꽂이 ◗
이날은 병에 꽃꽂이 장식을 했다. 와인병 꽃꽂이를 하기엔 7,000원의 재료비가 빠듯해 맥주병으로 대체됐다. 맥주병의 은은한 황금색이 은근히 잘 어울렸다. 반구형 오아시스(플로럴폼)를 맥주병에 부착하고 꽃을 장식하는 방법이다. 작은 오아시스에 끈을 묶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행복이는 의사 표현이 분명했다.
“행복아 이렇게 끈을 묶어볼까?“
“안 하고 싶어요. 선생님이 해”
말이 없던 행복이가 예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줘서 반가웠다. 얼떨결에 바로 도와줬는데 이렇게 다 해주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햇살이는 수업 내내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 염려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 엄마가 토했어”
걱정이 있어도 계속 웃고 있어서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이는 오늘 수업 내내 박장대소를 보여줬다. 아이들은 서로를 보면서 자주 웃는다. 또 초록이는 맥주병이 7개에 부재료까지 들어있는 무거운 짐을 들어주기도 했다. 고맙고 든든했다.
“초록아 어쩜 이렇게 힘이 세? 정말 고마워”
진심으로 나온 말이었다. 초록이는 그냥 웃었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D”
초록이가 웃으며 오늘 기쁨이랑 똑같은 바지를 입었다고 자랑했다.
“우리 같은 고등학교 다녔어요”
체육복이 똑같았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이들에게 웃음이 전염된 것일까?
구름이는 혼자서도 잘 만드는 것 같아서 솔직히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끈을 묶는 법, 가위를 정확한 위치에 자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두 끈을 잡고 X 모양을 만들고 구멍에 끈을 넣고 잡아당기는 거야”
몇 번 더 연습하면 혼자서도 묶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이는 혼자서도 잘 만드는 친구이다.
“비염이 있어서 꽃 냄새를 못 맡아요”
라고 도도하게 말하면서 열심히 만든다.
기쁨이는 오늘 오브제인 맥주를 언니와 함께 마실 거라고 했다.
“언니랑 가끔 맥주 마셔요”
초록이가 질 수 없어 얘기했다.
“엄마는 막걸리를 더 좋아하세요. 저는 냉장고에 두고 마실 거예요. 이제 어른이잖아요~”
완성된 꽃병은 매우 풍성하고 아름다웠다. 금색 리본으로 장식하고 츄파춥스도 꽂아줬다. 예쁘게 포장하니 연말 선물로도 손색없었다. 누가 받아도 기분 좋을 것 같은 선물이 완성됐다.
◖ 복지원예사 선생님의 꿀팁 ◗
선생님께서는 오늘 꽃이 알록달록해서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고 하셨지만 오히려 풍성하고 아이들 눈이 즐거울 것 같았다. 찐 분홍색 카네이션, 노란색 장미와 국화, 어두운 국화, 하늘색 옥시 등이 한국 전통 색동의 조화를 보여준다고 하셨다. 정말 그렇게 보였다.
꽃은 겨울에 값이 올라가는 점도 알려주셨다. 요즘은 12월에 졸업하는 학교도 많이 생긴게 이유였다. 졸업 시즌에 겨울이라 기름값도 올라 해외 수입 꽃 가격도 올랐다. 그래서 겨울에는 보통 말린 꽃이나 다양한 부자재를 활용한 원예 수업을 많이 한다고 하셨다. 이런 상황에도 선생님은 생화 수업을 많이 하신다. 복받은 아이들이다.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엄청난 원예 수업 꿀팁을 들을 수 있다. 경험자로부터 얻는 꿀팁이다. 복받은 실습생이다.
◖ 수업 목표: 리본 묶는 방법 익히기 ◗
수업을 통해 아이들마다 수행 정도의 차이가 조금씩 다름을 알게 됐다. 수업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친구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숙제도 안고 왔다. 난이도에 따라 세부적으로 지도하는 방법을 찾아봐야한다. 동기부여를 위한 보상은 어떤 게 좋을까? 현재 수업 목표는 ‘혼자서 리본 묶기’이다. 매듭짓는 방법부터 리본 만드는 것까지 연습할 수 있도록 수업 계획을 세워야겠다. 대상자를 관찰하며 과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을 체크하고 하나씩 목표로 삼아야겠다. 일상 생활을 혼자서 척척 해내는 친구들의 모습은 상상했다.